새로운 단어를 형성하여 흔히 그 어휘적인 범주를 바꾸는 파생과 대립된다. 무료 슬롯에 사용되는 무료 슬롯를주3, 파생에 사용되는 무료 슬롯를 주4라 하여 구별한다. 따라서 무료 슬롯은 무료 슬롯어간에 무료 슬롯접사가 연결되는 것을 말하며, 파생은 파생어간에 파생접사가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무료 슬롯이나 파생을 이루는 형태론적인 절차에는 이와 같은 접사법 외에도 ① 무료 슬롯의모음이나자음의 교체를 이용하는 내적 변화와 같은 방법이 있고, ②아무런 변화도 겪음이 없어 문법 범주를 달리하는 주5가 있고, ③전혀 다른 무료 슬롯을 사용하는 주6이 있다.
체언의 무료 슬롯을곡용(曲用)이라 하고 곡용에 쓰이는 무료 슬롯를 곡용무료 슬롯라 부르며, 용언의 무료 슬롯을활용(活用)이라 하고 활용에 쓰이는 무료 슬롯를 활용무료 슬롯라 부른다.
국어의 무료 슬롯은 인도유럽어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첫째, 국어에는 어간과 무료 슬롯접사가 인도유럽어와는 달리 쉽게 분리될 수 있다. ‘하고, 하게, 하지, 하자’의 경우에 어간형태소 ‘하-’와 어미 형태소 ‘-고, -게, -지, -자’가 쉽게 떨어진다. 이는 be동사의 활용형 ‘am, are, is’ 등에서 어간과 어미가 거의 구별되지 않는 인도유럽어와 다르다.
둘째, 무료 슬롯어미는 모두 접사법, 그 중에서도 접미법에 의존한다. 파생의 경우에는 영변화와 같은 방법이 사용되기도 하나, 무료 슬롯에서 접미법 외의 방법이 사용되는 일이 없다. 셋째, 하나의 어간에는 한 가지 어미형식만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주7가 차례로 연결될 무료 슬롯다. ‘하시었었다, 하시었었겠다’ 등과 같다.
국어에서는 용언의 활용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나, 체언의 무료 슬롯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 하나는 체언에 조사가 연결되는 것을 곡용으로 보는 견해이며, 다른 하나는 이를 곡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이다. 알타이어학의 관용을 따르는 입장에서는 체언의 곡용을 인정하나, 조사를 따로 독립된 품사로 인정하는 학교문법에서는 체언의 곡용을 인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