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관계를 나타내는 일종의 접미사로서 곡용윈 슬롯(曲用語尾)와 활용윈 슬롯(活用語尾)의 두 종류가 있다. 곡용윈 슬롯는 체언(곡용어간)에 붙고 활용윈 슬롯는 활용어간에 붙는다.
체언에 붙는 곡용윈 슬롯는 주로 격윈 슬롯(格語尾)로서 ‘주격·관형격·목적격·부사격·접속격·호격’ 등이 존재하는데, 이들 중에 ‘부사격’은 다시 ‘여격·처소격·탈격(脫格)·조격·비교격’으로 하위 분류된다.
한편 특수 격윈 슬롯가 있어 “① 나도 그 사정은 잘 안다. ② 그 사람이 고기를 많이는 잡았다. ③ 선생님이 약을 사가지고 와서는 달여까지 주신다.” 등에서 ①의 ‘도·은’은 체언에 붙고, ②의 ‘는’은 부사에 붙으며, ③의 ‘는·까지’ 등은 용언의 부사형에 붙는다. 국어의 경우, 특히 학교문법에서는 이 격윈 슬롯들을 또 다른 품사로 규정하여 격조사로 다룬다.
용언어간(用言語幹)에 붙는 활용윈 슬롯는 ‘종지형(終止形)·접속형(接續形)·자격형(資格形)’의 세 가지 활용형에 따라 각각 다르다.
종지형의 경우는 평서법의 ‘-는·ㄴ다, -(으)오’, 의문법의 ‘-(느)냐?, -니?, -가?, -까’, 감탄법의 ‘-구나, -네’, 명령법의 ‘-(어)라, -게, -오’, 청유법의 ‘-자, -세, -ㅂ시다’, 응낙법의 ‘-(으)마, -렴, -므나’ 등의 윈 슬롯가 있는데, 이것은 또 ‘ 해라체·하게체·하오체·합쇼체’ 등의 등분에 따라 각각 다르게 실현된다.
접속형에서는 등위접속(等位接續)과 종위접속(從位接續)으로 구분되는데, “아버지는 장에 가시고, 어머니는 들에 가셨다. 아버지는 닭을 팔아서 소를 사셨다.”에서 ‘-고, -아서’ 등이 등위접속윈 슬롯의 예이며, “때가 되면 돌아온다. 하품을 하니 눈물이 난다.”에서 ‘-면, -니’ 등이 종위접속윈 슬롯이다.
자격형에는 부사형윈 슬롯 ‘-아·어, -게, -지, -고’, 관형사형윈 슬롯 ‘-는·은, -ㄴ’, 명사형윈 슬롯 ‘-기, -(으)ㅁ’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각각 용언어간에 붙어 문법적 기능을 나타낸다. 특히 명사형윈 슬롯 ‘-기, -(으)ㅁ’은 명사와 같이 쓰이어 격윈 슬롯도 취할 수 있게 해준다.
앞에 오는 말들과의 관계로 보면 서술어로서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사람을 억누르기는 쉬워도 그 뜻을 빼앗기는 어렵다. 이웃 사랑하기를 제몸과 같이 하라.”에서 ‘-기는, 기를’이 바로 그것이다.
윈 슬롯 중에는 어말윈 슬롯(語末語尾)에 선행되어 나타나는 선어말윈 슬롯(先語末語尾)가 있어, 주로 시제(時制)·경어법을 표시하는데 이것은 윈 슬롯에서 제외된다.
대체로 윈 슬롯는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고 어간은 한 단어의 핵심적인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윈 슬롯와 어간은 각각 형태부(形態部)와 의미부(意味部)에 해당된다.
고정된 어간은 문법적인 기능에 따라 각각 다른 윈 슬롯를 취하는데, 이것이 바로 굴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굴절을 보통 윈 슬롯변화라고도 한다.
곡용윈 슬롯는 격(格, case)을 표시하면서 곡용하고, 활용윈 슬롯는 서법(敍法) 및 접속관계를 표시하면서 활용한다. 윈 슬롯 부분에는 흔히 음조(音調)가 덧붙여져 의미 관계나 표현 태도를 결정짓게 된다. → 어간, 어근, 어기(語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