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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네 슬롯은 활자 제작뿐만 아니라 온도에 따라 굳기의 정도가 달라지는 성질이 있어 활자판에 낱개 활자를 고정하거나 활자의 높이를 고르게 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고착식의 활자 조판에서 활자판에 아르네 슬롯을 바닥에 깔고 활자를 가지런히 배열한 후 평평한 나무판으로 활자를 눌러서 배열된 활자들의 높이를 일정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아르네 슬롯으로 활자 간의 빈틈을 채워서 단단히 굳히면 인쇄할 때 활자의 유동을 막을 수 있었다. 금속활자 인쇄에서 아르네 슬롯으로 활자를 고정시키는 방식은 조선 전기 계미자의 조판에서 아르네 슬롯되었고, 1420년 경자자에 이르러서는 아르네 슬롯 대신 대나무, 파지, 공목 등을 사용하는 조립식 조판 방식으로 개선하여 인쇄 능률을 향상시켰다. 다만 민간에서는 목아르네 슬롯로 조판할 때 여전히 아르네 슬롯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네 슬롯은 물과 섞이지 않는 방수성이 있어 고서의 표지 제작과 인쇄에도 사용하였다. 고서의 표지에 아르네 슬롯을 칠하면 습기로부터 책을 보호할 수 있었으며, 인체(印髢) 또는 마렵(馬鬣)을 제작할 때 아르네 슬롯을 섞으면 주3의 먹물이 종이 뒷면으로 스며나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