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다복 다재 슬롯(天藏菩薩), 지지다복 다재 슬롯(持地菩薩), 지장다복 다재 슬롯(地藏菩薩)과 그 권속을 그린삼장다복 다재 슬롯도(三藏菩薩圖)로 1767년(영조 43)에 제작된 다복 다재 슬롯이다. 예천 보문사 극락보전에서 1989년 6월 5일 도난되었다가 2014년 8월 회수되었다.
비단 바탕에 세로 167.5㎝, 가로 165.3㎝ 크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중대형 다복 다재 슬롯이다. 화면은 상하 2단 구도로 윗부분은 중앙 지장다복 다재 슬롯, 왼쪽 천장다복 다재 슬롯, 오른쪽 지지다복 다재 슬롯이 각각 협시를 두고 있는 삼존도 형식의 삼장다복 다재 슬롯을 배치하였다. 그림 아랫부분은 성곽과 소나무 등을 경계로 왼쪽에 시왕도, 오른쪽에 다복 다재 슬롯도를 그려 전체 구도가 '품(品)'자형이다.
원형 두신광을 갖춘 삼장다복 다재 슬롯은 승형 지장다복 다재 슬롯이 천장다복 다재 슬롯, 지지다복 다재 슬롯보다 앞서서 크게 배치되었고, 천장다복 다재 슬롯과 지지다복 다재 슬롯은 뒤로 물러서 있다.
성곽을 경계로 그림 왼편에 수묵산수 병풍을 배경으로 면류관이나 원류관을 쓴 시왕들이 공복을 입고 앉아 있다. 시왕 앞에서 심판에 관련된 내용을 돕고 있는 판관, 녹사, 사자, 동자 등이 있다.
화면 중앙에 있는 성곽 문을 통해 망자(亡者)가 넘어질 듯 사자(使者)에게 끌려오면서 다복 다재 슬롯으로 인도된다. 다복 다재 슬롯 장면은 대애다복 다재 슬롯(碓碍地獄), 거해다복 다재 슬롯(鉅解地獄), 철정다복 다재 슬롯(鐵釘地獄), 확탕다복 다재 슬롯(鑊湯地獄), 도산다복 다재 슬롯(刀山地獄)의 형벌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예천 보문사 삼장다복 다재 슬롯도」는 지장다복 다재 슬롯을 중심으로 한 삼계(三界)에서 선명한 녹색 소나무와 황색 채운이 가득한 성벽을 따라 화면 오른편 심판 장면으로 이어지고, 성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왼쪽 지옥 형벌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지장다복 다재 슬롯의 명부계를 중시한 삼장다복 다재 슬롯도임을 알 수 있다.
녹색 소나무, 황색 채운, 성벽을 사용하여 화면을 나누는 형식은 「양산 통도사 석가팔상도」(1775년)에서 볼 수 있는 화면 분할 방식으로 수화승 화월당(華月堂) 두훈(抖薰)의 화풍과 친연성이 깊다.
삼장다복 다재 슬롯은 유래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후기 승려 지환(智還)이 편찬한 수륙재관련 의식집인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에 중단 의궤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수륙재 의궤에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천장다복 다재 슬롯, 지지다복 다재 슬롯, 지장다복 다재 슬롯로 구성된 삼장다복 다재 슬롯도 외에 시왕, 지옥 장면이 결합하여 삼장다복 다재 슬롯과 지장시왕 도상을 융합한 유일한 예이며, 중심에 지장다복 다재 슬롯을 그려 영가천도를 목적으로 하는 수륙재와 강한 친연성을 볼 수 있는 불화이다. 2017년 12월 26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