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슬롯부용초성은 『훈민정음』에서 캐릭터 슬롯은 새로 만들지 않고 초성으로 쓰는 글자를 다시 쓴다고 설명한 캐릭터 슬롯의 제자원리이다. 『훈민정음』의 「제자해」에서 초성 17자와 중성 11자에 대해서는 제자 방법을 설명하고 캐릭터 슬롯에 대해서는 ‘캐릭터 슬롯부용초성’이라 하여 새로 만들지 않고 초성을 다시 쓴다고 한 것을 말한다. 이 원리는 음절을 초·중·캐릭터 슬롯 세 요소로 나누고 그 요체인 중성에 초성과 캐릭터 슬롯이 결합된다는 음절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캐릭터 슬롯해」에서는 ‘캐릭터 슬롯으로는 8자만 사용한다’고 8캐릭터 슬롯법을 규정하여, ‘ㄱ, ㆁ, ㄷ, ㄴ, ㄹ, ㅂ, ㅁ, ㅅ’ 8자를 캐릭터 슬롯으로 사용하였다.
『훈민정음』의「제자해」에서는,초성17자와중성 11자의 제자 방법을 설명하고, 캐릭터 슬롯에 대해서는 ‘캐릭터 슬롯부용초성(終聲復用初聲)’이라 하였다.
이 말은 캐릭터 슬롯은 새로 만들지 않고 이미 만든 초성을 다시 쓴다는 뜻으로서 캐릭터 슬롯 제자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캐릭터 슬롯은 새로 만들지 않음으로써 ‘훈민정음’은 28자의 문자 체계가 된 것이다.
이 ‘캐릭터 슬롯부용초성’은 초성, 중성, 캐릭터 슬롯으로 구성된 음절에서, 그 요체는 중성이고 이 중성에 초성과 캐릭터 슬롯이 결합된다는 음절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훈민정음』의 「제자해」에서는 “대개 자운(字韻)의 중심은 중성에 있어서 초성과 캐릭터 슬롯이 어울러서 음절을 이룬다.”라고 하였고, 「중성해」에서도 중성은 “자운의 한가운데에 있어서 초성과 캐릭터 슬롯을 어울러서 음절을 이룬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음절을 초성, 중성, 캐릭터 슬롯의 세 요소로 나누어 그 요체를 중성으로 파악하여, 중성이 음절 핵 모음, 또는 모음에 반모음이 결합된 것으로 분석하면, 국어의 음절 구조적 특성으로 보아 중성 앞뒤에 위치하는 초성과 캐릭터 슬롯은 음절 부음으로서 동질적인 성격의 자음이 될 수밖에 없다.
초성과 캐릭터 슬롯이 같은 성격의 음이라는 이러한 인식은 『훈민정음』의 「제자해」에서 음절과 음절의 통합에서 선행 음절의 캐릭터 슬롯이 후행 음절의 초성이 될 수 있다는 순환론적 방법론으로 설명하였다.
이와 같이 음절의 초성과 캐릭터 슬롯이 동일한 음 부류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훈민정음』의 「제자해」에서는 캐릭터 슬롯을 새로 만들지 않고 초성을 다시 쓴다고 한 ‘캐릭터 슬롯부용초성’은 캐릭터 슬롯 글자를 새로 만들지 않고 초성 글자를 다시 쓴다는 점에서 캐릭터 슬롯의 제자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캐릭터 슬롯부용초성’은 제자의 원칙이기는 하였지만 초성을 캐릭터 슬롯에 다시 쓰기로 함으로써 제자상의 규정에 그치지 않고 초성을 캐릭터 슬롯에 사용하는 캐릭터 슬롯 운용의 기준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즉 초성을 가지고 캐릭터 슬롯도 표기하도록 한 글자라면 초성은 곧 캐릭터 슬롯에도 사용해야 하는 사용상의 문제가 대두되고 초성을 캐릭터 슬롯에도 그대로 사용한다면, 이 말은 캐릭터 슬롯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용상의 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훈민정음』의 「예의」에서는 초성과 중성의 음가와 사용법을 설명한 후 캐릭터 슬롯의 음가와 사용법을 설명해야 할 부분에서 캐릭터 슬롯부용초성이라 하여 캐릭터 슬롯은 초성을 다시 사용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설명은 「캐릭터 슬롯해」에서 완급에 의해 캐릭터 슬롯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캐릭터 슬롯해」에서 캐릭터 슬롯을 주1의 완급(緩急)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누면서 “ ‘불청불탁’은 소리가 세지[勵] 않아 캐릭터 슬롯에 쓰면 주2, 주3, 주4에 마땅하고,‘전청’, ‘차청’, ‘전탁’은 소리가 세어서 캐릭터 슬롯에 쓰면 주5에 마땅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ㆁ, ㄴ, ㅁ, ㅇ, ㄹ, ㅿ’ 6자는 평성, 상성, 거성의 캐릭터 슬롯이 되고 그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캐릭터 슬롯이 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전청, 차청, 전탁은 소리가 세기 때문에 모두 입성의 캐릭터 슬롯이 된다.’고 한 말은 초성을 위해 만든 전청, 차청, 전탁의 글자를 캐릭터 슬롯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하다. 이러한 전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슬롯부용초성’을 캐릭터 슬롯의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어서 「캐릭터 슬롯해」에서는 “그러나 캐릭터 슬롯으로는 8자만 사용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즉 4성의 완급에 따라 쓰면 모든 초성이 캐릭터 슬롯에 사용될 수 있겠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 ㄱ, ㆁ,ㄷ, ㄴ,ㅂ, ㅁ,ㅅ, ㄹ’ 8자만 써도 족하다고 하고 캐릭터 슬롯부용초성에 따라 쓴 ‘ᄇᆡᆺ곶(梨花)’과 ‘여ᇫ의갗(狐皮)’의 캐릭터 슬롯 ‘사이 시옷(ㅅ)’, ‘ ㅈ’, ‘ㅿ’, ‘ㅊ’을 ‘ㅅ’으로 통용하여 ‘ᄇᆡᆺ곳, 엿의갓’으로 쓸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15세기 문헌에서는 대부분 ‘팔캐릭터 슬롯법’에 따라 캐릭터 슬롯에 ‘ㄱ, ㆁ, ㄷ, ㄴ, ㄹ, ㅂ, ㅁ, ㅅ’ 8자를 사용하였다.
그러나『용비어천가』의 ‘곶, 높고, 좇거늘’ 등이나 『월인천강지곡』의 ‘곶, 낱, 붚, 높고, 맞나’ 등과 같이 일부 문헌에서는 8캐릭터 슬롯법에 따르지 않고 8캐릭터 슬롯 밖의 캐릭터 슬롯, 예컨대 ‘ㅈ, ㅊ, ㅌ, ㅍ’ 등의 캐릭터 슬롯을 사용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