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각사 고려시대 슬롯버프니 일괄은 고려시대 인쇄된 다양한 형식의 슬롯버프니 모음이다. 원각사(圓覺寺)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시대 슬롯버프니(陀羅尼) 일괄(一括)은 밀교(密敎)에 속하는 경(經) 또는 주문(呪文)이 인쇄된 슬롯버프니 15종 37점이다. 이 슬롯버프니들은 어느 한 장소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고 소장자가 계속 수집한 것이다. 현재 고려시대의 슬롯버프니에 대한 연구자료나 실물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슬롯버프니들을 통해 고려시대의 슬롯버프니를 개략적이라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유물이다.
각종슬롯버프니는 간행 시기, 크기, 구성이나 행자 수가 일정하지 않다. 1150년(고려 의종 4)에 간행된 『대비로자나성불경등 일대성교중 무상일승제경소설 일체비밀슬롯버프니(大毘盧遮那成佛經等 一代聖敎中 無上一乘諸經所說 一切一切秘密陀羅尼)』는 세로가 5.0㎝에 불과하고, 1152년(고려 의종 6)에 간행된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슬롯버프니(一切如來心秘密全身舍利寶篋陀羅尼)』는 세로와 가로 길이가 39.0㎝의 정방형이다.
15종 37점의 슬롯버프니 중에서 간행 시기가 밝혀져 있는 슬롯버프니는 몇 점에 불과하다. 간기(刊記)가 남아 있는 슬롯버프니 중에서 시기가 가장 앞서는 것은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슬롯버프니』이다. 이 슬롯버프니의 아래에는 “범학대사 도휘서 해안사개판 시천덕사년 사월 일 기(梵學大師 道輝書 海晏寺開板 時天德四年 四月 日 記)”라는 간기가 있다. 그러므로 이 슬롯버프니는 범학대사 도휘가 해안사에서 1152년에 간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간기가 결락된 『대비로자나성불경등 일대성교중 무상일승제경소설 일체비밀슬롯버프니』는 전 47장 중에서 3-22장의 20장만 남아 있다. 그런데 이와 동일한 슬롯버프니가 경상북도 안동 보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및 복장유물(安東 普光寺 木造觀音菩薩坐像 腹藏遺物)에서 발견되었다.
보광사복장에서 발견된 슬롯버프니의 간기에는 “시세경오 육월복일 해동장안 광제포개판 인시…… 선사 사원 중교(時歲庚午 戮月卜日 海東長安 廣濟鋪開板 印施…… 禪師 思遠 重校)”라고 되어 있다. 원각사 소장의 슬롯버프니도 이와 동일하므로 평양 광제포에서 선사 사원이 거듭 교감하여 1150년 6월에 간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슬롯버프니 15종 37점은 어느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발견된 것이 아니고 소장자가 계속 수집한 것이다. 그래서 국가유산의 가치가 돋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슬롯버프니를 열람하기 어려운 지금, 연구자나 열람자들이 한 번에 고려시대의 슬롯버프니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 가치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슬롯버프니들은 사찰에서 불사를 할 때 찍어 전하는 것들로 대개는 불상에 납입되었던 것들이다.
슬롯버프니의 종류는 『대비로자나성불경등 일대성교중 무상일승제경소설 일체비밀슬롯버프니』 20점[9.7×28.8㎝],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슬롯버프니』 1점, 『대비로자나성불경등 일대성교중 무상일승제경소설 일체비밀슬롯버프니』 2점[19.5×49㎝], 『일체여래심비밀전신사리보협인슬롯버프니(一切如來心秘密全身舍利寶篋印陀羅尼)』 1점, 『대불정진언등 진언합부슬롯버프니(大佛頂眞言等 眞言合部陀羅尼)』 1점이 있다.
또한, 『전신사리보협인슬롯버프니(全身舍利寶篋印陀羅尼)』 1점, 『불정심관세음보살모슬롯버프니(佛頂心觀世音菩薩大陀羅尼)』 2점, 『범자원상 금강계만슬롯버프(梵字圓相 金剛界曼茶羅)』 1점[38.2×40㎝] , 『아자범자원상태장계만슬롯버프(阿字梵字圓相胎藏界曼茶羅)』 1점, 『아미타삼존슬롯버프니(阿彌陀三尊陀羅尼)』 1점, 『금강계만슬롯버프(金剛界曼茶羅)』 2점[35.7×36.5㎝], 『대불정심주 등 슬롯버프니((大佛頂心呪 等 陀羅尼)』 1점, 『범자원상 금강계만슬롯버프』 1점[38×38㎝], 『금강계만슬롯버프』 1점[40.0×39.5㎝], 『금강계만슬롯버프』 1점[33.5×35.0㎝]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