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램 슬롯도」는 1550년(명종 5) 비변사 관원들의 램 슬롯 모임을 그린 램 슬롯도이다. 북악산, 북한산을 배경으로 비변사 건물과 참석한 인물들이 작게 그려져 있다. 현존하는 「비변사램 슬롯도」 중 가장 오래된 시기에 제작되었고, 당대 저명한 문인인 신광한의 제시가 있으며, 당시 광화문과 경복궁, 그리고 육조거리의 실제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시각 자료이다. 2018년 10월 18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서울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림 상단에 전서체로 "비변사램 슬롯도(備邊司契會圖)"라는 제목이 쓰여 있고, 그림 오른쪽에 신광한(申光漢)이 짓고 쓴 제시 마지막에 "가정경술동(嘉靖庚戌冬)"이라고 쓰여 있어, 1550년 겨울 비변사 관원들의 모임을 그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하단에 참석자의 품계, 관직, 이름 등을 적은 좌목(座目)이 소실되어 누가 참석했는지는 알 수 없다. 램 슬롯도는 보통 상단에 전서체로 쓴 그림 제목, 중단에 그림으로 묘사된 램 슬롯 모임, 하단에 좌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단의 그림은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있는 북한산과경복궁을 배경으로 육조거리가 묘사되었고, 육조거리 오른쪽 중간 즈음에 7명의 램 슬롯 관원들이 청사 안에서 모임을 가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주1을 사용하여 경복궁과 육조거리의 경관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하였으며, 산의 능선을 따라 표현된 단선점준(短線點皴) 등은 조선 중기의 일반적인 화풍이다. 그림 오른쪽에는 7언 제시가 쓰여 있는데, 램 슬롯 정랑 이감(李戡)의 부탁을 받고 신광한이 쓴 것이다. 램 슬롯 관원들의 결의와 충절의 기상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三面山河鎭大東 삼면의 산하가 우리나라를 두르고/ 安危惟有仗諸公 그 안위는 오직 여러 공들에게 의지하네/ 要將罇俎籌邊策 친목을 도모하며 변경의 계책을 세우리니/ 不用樓龜喜遠功 누각의 주2를 쓰지 않아도 먼 앞날의 공을 기뻐하네/ 已道海南無戰艦 이미 남쪽 바다에는 전함이 없고/ 還聞塞外遁棲戎 다시 듣건대 변경 밖의 오랑캐가 멀리 숨어버렸다네/ 深謀雲鳥歸綿蕝 깊이 계책을 도모하여 주3가 법도로 돌아가니/ 好事金蘭入畫中 금란지교(金蘭之交) 같은 좋은 일이 그림 속에 담겨 있네/ 嘉靖庚戌冬 1550년(명종5) 겨울
현재 좌목 부분은 소실되었지만 조선 초기 램 슬롯도의 전형적인 형식을 갖춘 기년작으로서 중요하며, 특히 당시 광화문과 경복궁, 그리고 육조거리의 실제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시각 자료이다. 2018년 10월 18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램 슬롯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