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朴鍾和)가 지은 단편소설. 1937년에 『문장(文章)』지에 발표되었다. 일종의 단편 역사물로, 『삼국사기』의 열전(列傳)에 기록된 「도미전(都彌傳)」에서 취재하였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백제의 미인 버 슬롯이 예쁘다는 소문이 방방곡곡에 자자하게 퍼졌다.
버 슬롯의 남편 도미는 솜씨 있는 목수로 그의 이름이 백제 서울에 널리 알려져 유명하였지만 그보다는 예쁜 아내 버 슬롯을 가진 청년 도미로 이름이 더 높았다. 도미는 오히려 괴롭고 또 무서움을 느꼈다. 목수 도미의 아내 버 슬롯이 예쁘다는 소문은 이 나라 왕 개루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개루는 여색을 좋아하는지라 신하는 백제의 미인이야기를 하다가 목수 도미의 아내에게로 옮아갔다. 드디어 개루에게 버 슬롯은 끌려갔지만, 끝까지 정조를 지킨 버 슬롯을 미화시킨 내용이다.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정조만을 고수하고 끝내는 도미를 찾아 탈출하는 버 슬롯의 아름다운 부덕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미인 아내를 둔 탓으로 눈알을 뽑히면서도 자기의 아내만은 결코 변심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는 목수 도미, 장님이 된 남편을 극적으로 만나 부축하여 걸식으로 목숨을 이어가는 아내 버 슬롯의 사랑은 이 나라 여성의 갸륵한 정조의식의 상징으로 승화되었다.
끝 장면에서 버 슬롯은 눈먼 남편 도미의 손을 이끌고 원수의 백제땅을 버린 뒤에 거지가 되어 고구려땅으로 들어간다는 비화로 엮고 있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 말까지 우리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지속적으로 창작했다. 따라서 이 작품 역시 단순한 여성의 버 슬롯를 표현하고자 선택한 이야기가 아니라 고난 속에서도 사랑하는 대상을 저버리지 않는 인물을 통해 흥미와 동시에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했던 당시의 시대적 맥락과 결부되어 해석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