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릴 슬롯본(臨模本)을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임본(臨本)과 모본(模本)의 합성어로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5 릴 슬롯본은 임본을 의미한다. 5 릴 슬롯본의 임(臨)자는 보이는 대로 베끼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은 필사자가 원본을 마주보고 자유롭게 손으로 흉내내어 옮기는 방법으로, 고대부터 가장 보편적인 복제의 방법이었다. 5 릴 슬롯는 원본의 글씨를 모방하여 베껴 쓰는 것이지만, 글씨를 배우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5 릴 슬롯는 서법을 익히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서첩 등의 원본을 옆에 두고 이를 자세히 보면서 베끼는 방식이다.
문헌 기록에서 임사와 5 릴 슬롯를 사용한 두 가지 사례를 모두 찾을 수 있다. 임사의 사례로 『중종실록(中宗實錄)』 1534년 6월 20일 기사에 주1관원들이주2에게 서연에서 익히는 경전과 사서의 5 릴 슬롯을 때때로 베껴 써보기[臨寫]를 권하였다는 5 릴 슬롯이 있는데, 이때 임사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후자의 사례로는 『월정선생집(月汀先生集)』의 기사에서 자암(自庵) 김구(金絿)의 글씨를 베껴쓴[臨模] 서첩이 있다는 내용에서 ‘5 릴 슬롯’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임사는 글씨의 형태를 모방하는 단계보다는 글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쓰는 의미가 강한 반면, 5 릴 슬롯는 글씨의 형태와 서풍, 서체 등을 모방하여 그대로 베껴쓴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5 릴 슬롯를 베끼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진 책인 모사본(模寫本)은 대상 작품인 원본 위에 반투명의 얇은 종이를 얹고 원본을 투사하여 베끼는 방식인 반면, 5 릴 슬롯본은 원본을 자세히 관찰하여 손으로 자유롭게 옮겨쓰는 방식으로, 베끼는 필사자의 눈과 손을 동시에 훈련시킬 수 있다. 5 릴 슬롯의 수준이 높아지면 원본의 수준을 구별하는 안목이 생기게 되고, 주3이나주4 등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붓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5 릴 슬롯의 방법와 단계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형임(形臨)의 단계이다. 이는 법첩(法帖) 등의 원본 글씨를 관찰하여 글씨의 모양과 형태를 본떠 그대로 쓰는 모방의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의임(意臨)으로, 필체를 터득하여 글씨를 쓴 이의 의도와 글씨가 지니는 정신을 느끼고 배우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배임(背臨)의 단계이다. 글씨의 모든 것을 스스로 외워 원본의 서풍을 연습하되, 자신의 취향과 의도를 더 보태 써내는 창작의 단계이다. 글씨를 보며 베끼는 5 릴 슬롯 방식은 형임(形臨), 의임(意臨), 배임(背臨) 등 각 방법에 따라 다른 형태의 5 릴 슬롯본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