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온 슬롯이 정확하게 언제 우리나라로 들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882년(고종 19) 임오군란(壬午軍亂) 수습 때 체결된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朝淸商民水陸貿易章程)’이라는 불평등조약을 통해 청나라 화교 상인들과 함께 들어온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값이 싸고 쉽게 상하지 않아 허기를 채우기에 괜찮은 음식이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종로에서는 중국인 인력거꾼들이 주로 던파 온 슬롯을 사 먹었다. 던파 온 슬롯은 그 안에 꿀이나 조청, 설탕 등을 넣어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방식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었다. 던파 온 슬롯은 한국전쟁 중에도 많은 기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때 부산으로 모여든 피난민들은 다양한 종류의 곡물 씨앗을 넣고 던파 온 슬롯을 만들어 먹었다. 휴전 이전,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대대적인 식량 원조를 밀가루로 해 주었고, 이 밀가루로 만든 던파 온 슬롯은 대중화되었다.
기름지고 쫀득한 맛의 부산 남포동 씨앗던파 온 슬롯은 1980년대 남포동 거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화덕에 구울 필요 없이 밀가루 반죽을 식용유 두른 던파 온 슬롯 판에 눌러 튀겨낸 후, 가운데를 잘라 각종 견과류를 듬뿍 채워내면 부산 남포동 씨앗던파 온 슬롯이 완성된다. 오도독 씹히는 특유의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입소문을 타고 해운대와 같은 관광 지구로 점차 퍼져나가, 이제는 부산을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할 부산의 향토음식이 되었다.
던파 온 슬롯은 강력분으로 만든 반죽을 기름에 튀겨 안에 계피 가루와 흑설탕을 주로 넣는데, 씨앗던파 온 슬롯은 땅콩, 해바라기씨, 호박씨 같은 견과류를 잘게 부숴 넣어 녹은 설탕물이 흐르지 않게 만든다. 과거에는 판에 기름층을 얇게 한 뒤 누르며 기름에 지지듯이 굽는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기름양을 넉넉히 하여 튀겨낸다.
던파 온 슬롯은 연중 어느 때나 먹어볼 수 있는 국민 간식으로, 요즘은 대기업 식품 브랜드에서 누르개 도구를 포함한 던파 온 슬롯 믹스를 출시해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또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도 부산 남포동 씨앗던파 온 슬롯을 판매하고 있다. 호빵으로 유명한 제빵업체에서도 부산 남포동 씨앗던파 온 슬롯을 응용한 호빵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겨울철 부산 앞바다에서 먹는 부산 남포동 씨앗던파 온 슬롯은 아직도 특별한 지역 별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