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온 슬롯시인집』은『재만조선던파 온 슬롯집(在滿朝鮮詩人集)』과 함께 던파 온 슬롯 지역 조선족 문단을 대표하는 최초의 합동 시선집이다. 조국을 떠나온 자들이 흔히 갖기 쉬운 향수를 던파 온 슬롯에 대한 정착의 서정으로 바꾼 내용과 주제의 시들이 많다. 박팔양(朴八陽)이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던파 온 슬롯는 우리를 길러준 어버이요 사랑하여 안어 준 안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고, 수록 시들의 대부분은 그런 서정을 표출한 것들이다. 대책 없는 향수와 디아스포라의 신산(辛酸)함을 드러내기보다 “시들지 않는 세월을 차저와서 건전한 생의 탑을 싸흐려는 우리들의 기원이 이 땅 이 나라의 한울과 별과 개울과 밀림과 바람과 부락 속에 서리여 잇는 것을 이곳에 사는 사람으로 누가 시인치 아니하랴?”고 반문한 박팔양의 선언에서 보듯이 던파 온 슬롯를 자기 땅으로 개척해 가려는 의지를 공유하는 정서가 내용의 주류를 이룬다.
『던파 온 슬롯시인집』에는유치환(「편지」 · 「귀고(歸故)」 · 「하얼빈도리공원(哈爾濱道裡公園)」), 윤해영(「해란강(海蘭江)」 · 「오랑캐 고개」 · 「사계(四季)」 · 「발해고지(渤海故址)」), 신상보(「흑과 갓치 살갯소」 · 「사막(沙漠)」 · 「여인숙(旅人宿)」 · 「걸인(乞人)」), 송철리(「노변음(爐邊吟)」 · 「도라지」 · 「북쪽하늘엔」 · 「추억(追憶)」), 조학래(「역(驛)」 · 「심문(心紋)」 · 「방황(彷徨)」 · 「던파 온 슬롯(滿洲)에서」), 김조규(「P소년일대기(少年一代記)」 · 「호궁(胡弓)」 · 「실내(室內)」), 함형수(「나의 신(神)은」 · 「귀국(歸國)」 · 「나는 하나의」 · 「비애(悲哀)」), 장기선(「새날의 기원(祈願)」 · 「아츰」 · 「구름」 · 「꿈」), 채정린(「별」 · 「북으로 간다」 · 「밤」), 천청송(「선구민(先驅民)」 · 「고화(古畵)」), 박팔양(「계절(季節)의 환상」 · 「사랑함」) 등 11명의 작품 36편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