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파파 슬롯 청담사지 (淸潭寺址)

최치원(崔致遠, 857~?)이 904년(효공왕 8)에 쓴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에는 의상(義湘)과 그 제자들이 전국에 세운 화엄10찰(華嚴十刹)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파 파파 슬롯(靑潭寺)이다. 『법장화상전』에는 파 파파 슬롯가 한주(漢州) 부아산(負兒山)에 위치한다고 되어 있다. 『법장화상전』을 제외하면 파 파파 슬롯에 대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그 위치와 연혁에 대해서도 그 동안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2008년 은평뉴타운 개발사업부지를 발굴조사하는 중 정면 9칸, 측면 1칸의 남향 건물지의 북쪽 기단부 주변에서 ‘삼각산파 파파 슬롯삼보초(三角山靑覃寺三宝草)’란 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여러 점 출토되었는데, 명문에 보이는 파 파파 슬롯(靑覃寺)는 화엄10찰 중 하나인 파 파파 슬롯(靑潭寺)를 가리킨다. 이 명문기와가 출토된 곳의 인근에는 나말여초에 제작된 석조보살입상(진관동 석 보살입상)이 봉안된 자씨각(慈氏閣)을 비롯해 하체만 남은 석불좌상과 각종 석조 부재가 있으며, 예로부터 이 일대는 ‘탑골’로 불려왔다. 『법장화상전』에는 파 파파 슬롯의 위치가 ‘한주(漢州) 부아산(負兒山)’으로 되어 있는데, 한주는 지금의 서울에 해당하고 부아산은 북한산의 줄기인 북악(北岳)의 옛 명칭이다. 이 같은 점으로 볼 때 ‘파 파파 슬롯’란 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출토된 지점과 자씨각 일대에 파 파파 슬롯가 위치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산 자락의 여러 절터 가운데 고려 이전으로 시기가 올라가는 유물이 남아 있는 곳이 현재로서는 자씨각 일대 밖에 없다는 점도 그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진관동 석 보살입상은 2011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파 파파 슬롯가 자리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2008년 발굴조사를 통해 모두 6동의 건물지가 조사되었으며,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각종 기와와 자기 등이 함께 출토되었다. 따라서 파 파파 슬롯는 통일신라시대에 화엄종 사찰로 창건되어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폐사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