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카페 슬롯의 호는 경월(景月)이며, 현재 전하는 작품으로 미루어 보아 1890년경부터 1905년까지 약 15년간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의 작품은 20여 점이 남아 있는데, 영천 은해사(銀海寺)와 죽림사(竹林寺), 영지사(靈芝寺), 대구 동화사(桐華寺), 그리고 남해 용문사(龍門寺) 등 주로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한 경상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여주 신륵사(神勒寺)와 보은 법주사(法住寺) 등 경기도와 충청북도 지역에서의 화적도 보인다.
그가 참여한 작품의 화기(畵記)를 살펴보면 티 카페 슬롯은 대체로 규모가 큰 불사에서 보조화사로 참여한 경우가 많았고, 작은 규모의 불사는 수화승과 함께 간혹 편수(片手)로서 주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티 카페 슬롯이 수화승으로서 불화를 제작한 경우는 2~3점만이 알려져 있다. 불화는 공동 작업이 대부분이어서 티 카페 슬롯도 여러 화사들과 작업하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화승 영운봉수(永雲奉秀)와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봉화(奉華)가 수화승으로 참여한 불화 제작에 티 카페 슬롯이 함께 한 사례가 자주 보이고, 역시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한 상조(尙祚), 소현(所賢)과도 함께 작업하였다.
티 카페 슬롯의 대표작으로는 그가 수화승으로 참여해 제작한 영천 영지사(靈芝寺) 지장보살도(1900년)와 영지사 대웅전 신중도(1900년)를 들 수 있다. 두 그림 모두 주요 존상들의 두광과 옷에 붉은색 외에 녹색과 채도가 높은 청색을 두드러지게 사용하는 시대적인 특징을 보이지만 조화가 되지 않아 어색하다. 또한 노인형의 존상은 안면 표현에서 눈가 아래위로 주름선을 그어 그 선을 따라 음영을 강하게 표현한 점이 공통적이다. 영지사 신중도의 경우 화면 위쪽에 배경으로 6폭의 산수 병풍을 그렸는데, 수묵으로 그린 민화풍의 간결한 기법과 화면 중간에 붉은색과 청색의 음영이 표현된 구름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