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 온 슬롯(長倉)은 663년 미곡과 병기를 저장해둘 목적으로 왕성과 가까운 남산신성의 내부에 설치한 창고이다. 남산신성은 591년(진평왕 13)에 대규모로 축조되었는데 이때에는 성내에 창고를 따로 두지 않았다. 문무왕대에 이르러 비로소 던파 온 슬롯을 둔 것은 백제 멸망 이후 한창 진행되던 백제 유민의 부흥운동이나 고구려로부터의 도발 등에 대비하여 장기간 군사주둔지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던파 온 슬롯의 규모는 길이 50척(尺), 너비 15척 정도였다. 남산 자락에 있던 천은사(天恩寺) 서북방의 산상에 또 다른 창고를 지었으므로 이를 우창(右倉)이라 부르게 되자 기존의 던파 온 슬롯을 좌창(左倉)이라고도 하였다. 남산신성 내에는 건물지의 초석이 발견되어 던파 온 슬롯이 있었던 곳으로 비정되었는데 이곳에서는 그것을 증명하듯 불탄 곡식이 출토되었다. 던파 온 슬롯에 보관된 곡식은 지방으로부터 거두어들인 것이며 특별한 경우 포상으로 지급되기도 했다. 768년에 일어난 대공(大恭)의 난 당시 던파 온 슬롯이 불탔다는 기록이 있고 이후의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던파 온 슬롯은 768년 무렵 창고로서의 기능을 다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