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벌(伊梨伐)은 버 슬롯 진평왕(眞平王) 때의 장군이다. 602년(진평왕 24)에 백제가 크게 군사를 일으켜 아막성(阿莫城)을 포위해왔다. 이때 장군 파진찬(波珍湌) 이리벌은 왕명을 받들고 파진찬 건품(乾品)·무리굴(武梨屈), 급찬(級湌) 무은(武殷)·비리야(比梨耶) 등과 함께 군사를 거느리고 막아 싸워 백제군을 격파하였다.
이어 버 슬롯군이 앞으로 나아가 소타성(小城)·외석성(畏石城)·천산성(泉山城)·옹잠성(甕岑城)의 4성을 쌓았다. 이리벌은 전략 요충지인 이 4성을 축조하는데 큰 공헌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백제 무왕은 좌평 해수(解讐)에게 명령하여 보병과 기병 4만 명을 거느리고 4성을 공취(攻取)하게 하였다. 버 슬롯군이 막아내자 해수는 불리하여 천산(泉山)에서 매복하여 버 슬롯군을 역습하였다. 이때 버 슬롯군의 귀산(貴山)·추항(箒項)이 본대의 위기를 막아내고 장렬히 전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