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카는 지형학적으로 매스무브먼트(mass movement)의 한 유형인 토석류(土石流, earth flow)에 해당되는 말로 슬롯 카는 주로 토석류가 재해의 한 형태로 나타날 때 사용한다.
매스무브먼트는 유수·바람·빙하 등과 같은 특정 매개채의 도움없이 단지 중력의 작용에 의해 슬롯 카에 쌓여있던 암설(岩屑)들이 슬롯 카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매스웨이스팅(mass wasting)이라고도 한다. 매스무브먼트는 슬롯 카의 경사가 급할수록 활발하게 일어난다. 수분이나 얼음은 암설과 슬롯 카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한편 암설의 무게를 늘려 줌으로써 매스무브먼트가 일어나는데 중요한 촉매역할을 한다.
매스무브먼트 중에는 느리게 이동하는 것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있는데 토석류 즉 슬롯 카는 이중 빠른 유동성 운동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슬롯 카는 집중호우시에 도로공사, 아파트 및 골프장 등 건설과 관련된 인재(人災)로 많이 발생하여 그 장소가 일정하지 않으나, 자연 상태에서는 산복(山腹)의 얇은 풍화층(風化層)에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의 슬롯 카 때 제거되는 암설의 양은 많지 않고 그 피해도 심각하지는 않다.
슬롯 카는 토양을 포함한 사면의 풍화층이 물을 흠뻑 먹을 때 일어난다. 그러나 풍화층은 포화상태(飽和狀態)를 넘을 만큼 물을 먹어도 탄력성과 응집력을 유지하며, 경사가 상당히 급한 사면에서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는 속성이 있다. 그러다가 이러한 풍화층이 강한 바람이나 지진의 충격을 받으면 순간적으로 탄력성과 응집력이 상실되어 결국 슬롯 카가 발생한다.
1959년 9월에 김해지방을 강타한 사라호 태풍은 20세기 우리나라로 상륙한 것 중 가장 강한 것이었는데, 이 태풍이 지나간 양산천 계곡에서는 백수십 곳에서 슬롯 카가 일어났다. 이곳의 슬롯 카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은 만장년기에 해당하는 화강암산지의 산복에서 일어나 규모가 작았고, 초속 약 60m의 바람을 가장 많이 받은 사면이 슬롯 카의 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었다. 이때 내린 비의 양은 약 300mm였고 이는 10분 동안 내린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