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화각장 (華刻匠)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그 제품은 슬롯사이트(畵角) · 슬롯사이트(畵刻) · 슬롯사이트(花角) · 슬롯사이트(火角)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슬롯사이트(華角), 일본에서는 슬롯사이트(畫角)이라 한다.

조선시대의경공장이나외공장에 슬롯사이트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기록으로는 빙허각 이씨(憑虛閣 李氏, 1759∼1824)의 『규합총서(閨閤叢書)』 「동국팔도소산」 중 ｢전주 슬롯사이트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예이다.

슬롯사이트은 백골(白骨)을 만드는 소목장 일, 쇠뿔을 펴서 얇게 만드는 각질장 일, 뿔편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공(畵工)일 등 크게 3가지 공정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그림은 화공이 그려준 화제(畵題)를 보고 각질공이 다시 그리거나 각질공의 의도대로 그리므로 슬롯사이트에 나타난 그림들은 세련된 필치가 아닌 치기 어린 민화적 특징을 나타낸다. 슬롯사이트을 붙이지 않는 곳에는 칠을 입히고 기능상 필요한 곳에는 금속장식을 대는 등의 여러 공정을 거쳐 완성한다.

슬롯사이트에는 통이 굵고 뿔이 위로 곧게 뻗은 숫소의 뿔인 고추뿔을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두살정도의 쇠뿔은 매우 맑고 투명하여 채색이 잘 나타나며, 늙은 쇠뿔은 각질 내에 검은 미역줄기 같은 심대가 진하게 박혀 있어 투명도가 선명하지 못하다. 어린 쇠뿔은 흰색의 반점이 있어 슬롯사이트재로 사용하지 않는다.

제품으로는자(尺)·실패·빗· 반지그릇 ·경대 · 베갯모 · 패물함과 소형 장 등 여성용 기물이 있다. 설채한 그림 내용은 십장생(十長生) · 풍속도(風俗圖) · 기명절지(器皿折枝) · 신선도(神仙圖) · 몽유도(夢遊圖) · 동유도(童遊圖) · 화조도(花鳥圖) · 금수도(禽獸圖) · 수복강녕문(壽福康寧文) 등으로서 적(赤) · 청(靑) · 황(黃) · 녹(綠) · 백색(白色)의 진채안료를 사용한다.

슬롯사이트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세계 유일의 공예슬롯로서 1910년대에 양화도(楊花渡 : 서울 망원동)에는 60여 호의 슬롯사이트공방이 있었다. 1920년대에 음일천(陰一天, 1908∼1973)이 그곳에서 슬롯사이트을 시작하였고, 1960년대에 음일천에게서 슬롯사이트일을 배운 이재만(李在萬)이 1996년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 슬롯사이트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 빙허각 이씨 한문학 인물 『규합총서』 · 『청규박물지』 · 『빙허각고』 등을 저술한 조선후기 실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