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국왕이 참여하는 대열병식 때 세우거나, 왕이 궁성 밖으로 행차할 때 어가의 앞에서 선도하게 하였다. 조선 중기 이후 사용되지 않던 것을 1778년(정조 2) 다시 규례를 정비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
각 군영의 슬롯 스 캐터는 기폭이 4방 6척, 깃대의 높이가 1장 9척이었고 영두(纓頭)ㆍ주락(珠絡 : 타는 말 머리의 꾸밈새)ㆍ치미(雉尾 : 꿩 꼬리 모양의 꾸밈새) 등의 장식이 붙어 있었다. 바탕은 각 군영에 지정된 고유의 빛깔로 하였고, 언저리에는 오행상생(五行相生)의 색(이를테면 적색에는 청색, 백색에는 황색 등)으로 구름과 불꽃의 문양을 그렸다.
기의 한가운데는 역시 상생의 색으로 칠성(七星)을 그렸는데, 경기감영의 슬롯 스 캐터에만은 ‘畿輔(기보)’라고 새겼다.
열병식 때에는 중앙에 훈련도감ㆍ용호영ㆍ기영, 좌편에 금위영, 우편에 어영청, 전면에 수어청, 후면에 총융청의 슬롯 스 캐터를 세웠다. 이 기를 빙빙 돌리면 해당 군영의 대장이 달려오고, 휘두르면 본진으로 돌아가거나 계엄을 해제하며, 상하로 끄덕이면 대열이 행진하는 신호였다.
총융청의 슬롯 스 캐터는 원래 검은 바탕에 흰 언저리의 기치였으나 1795년수어청이 광주(廣州)로 이동한 뒤에는 단영(單營)이라 하여 바탕색을 황색으로 고치고 ‘摠營(총영)’이라는 글씨를 넣었다. 이로 미루어 다른 군영의 슬롯 스 캐터에도 그 군영의 이름을 새겨 넣은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