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남도 순천 출생. 법률가인 전봉덕(田鳳德)의 1남 7녀 중 장녀이다.
1953년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였으나 1955년 3학년 재학 중 전공을 독문학으로 바꾸어 독일로 유학하였다. 1959년 독일 뮌헨대학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이 학교 조교로 근무하였다. 유학 중 1955년 가톨릭에 귀의하여 막달레나(Magdalena)라는 영세명으로 영세를 받았으며, 이듬해 법학도인 김철수(金哲洙)와 혼인하였다.
1959년 5월 귀국하여 경기여자고등학교·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이화여자대학교의 강사를 거쳤고, 1964년 성균관대학교 조교수가 되었다. 펜클럽 슈 의 캐릭터 슬롯 머신본부 번역분과위원으로 위촉되어 일하기도 하였다. 1965년 1월 11일 31세로 자살하였으며, 뜻하지 않은 죽음은 전혜린의 총명을 기리는 모든 이에게 충격과 아쉬움을 남겼다.
독일 유학 때부터 시작된 슈 의 캐릭터 슬롯 머신의 번역작품들은 정확하고 분명한 문장력과 유려한 문체의 흐름으로 많은 독자들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사강(Sagan,F.)의 「어떤 미소」(1956), 슈나벨(Schnabel,E.)의 「안네 프랑크(Anne Frank)-한 소녀의 걸어온 길」(1958), 이미륵(李彌勒)의 「압록강은 흐른다(Der Yalu Fliesst)」(1959), 케스트너(K○stner,E.)의 「화비안(Fabian)」(1960), 린저(Rinser,L.)의 「생의 한 가운데(Mitte des Lebens)」(1961), 뵐(Boll,H.)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Und Sagte Kein Einziges Wort)」(1964) 등 10여 편의 번역작품을 남겼다.
그밖에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와 『미래완료의 시간 속에』(1966)가 있고,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라는 제명으로 1976년 대문출판사(大文出版社)에서 일기가 유작으로 출간되기도 하였다.
순수와 진실을 추구하고 정신적 자유를 갈망하던 슈 의 캐릭터 슬롯 머신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당대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평가받는 한편, 완벽한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지성적인 현대 여성의 심리로서 분석되는 등 관심의 대상으로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