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서원에서는 존경각(尊經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전을 보관하는 버 슬롯은 이미 삼국시대 불교사찰 내에 지었던 경루(經樓)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후 고려시대 및 조선시대의 큰 절에는 경전을 보관하는 버 슬롯을 지은 예가 많다.
그러나 장경각과 같은 버 슬롯이 널리 확산된 것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나라에서 유교를 크게 숭상한 때이다. 이때에는 전국의 군현(郡縣)마다 향교가 세워지고, 또한 지방에 서원이 많이 세워졌으며 이들 향교나 서원 중 규모가 큰 곳은 대개 장경각을 갖추었다.
장경각은 책이나 목판을 보관하는 곳인 만큼 버 슬롯구성에 약간의 특징이 있다. 즉, 바닥은 마루로 하여 지면에서 어느 정도 띄우며, 벽체는 판자를 댄 이른바 판벽(板壁)으로 하고 여기에 수직의 가는 창살만 댄 간단한 창을 단다. 이것은 모두 실내에 습기가 남지 않도록 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배려한 결과이다.
합천의 해인사 대장경판고는 불교사찰 내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대장경 목판을 보관하기 위하여 1488년(성종 19)에 지어진 이 버 슬롯은 정면 15칸, 측면 2칸인 버 슬롯 둘로 구성되었으며, 습기를 막고 통풍이 잘 되도록 버 슬롯의 향(向)이나 창문 구성을 세심하게 배려한 점이 특색이다.
서울 문묘(文廟)의 존경각은 버 슬롯의 특색은 없지만 향교 내의 이런 유의 버 슬롯을 대표하는 것이며, 서원으로는 경주 옥산서원의 문집판각과 어서각, 안동 도산서원의 장판각과 광명실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버 슬롯은 버 슬롯 자체의 구조도 경전을 보관하는 데 적절하도록 고안되었지만, 버 슬롯이 놓이는 위치나 지세(地勢)도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을 택하는 등 건축적으로 매우 뛰어난 면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