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심바 슬롯 이수근 사건 ( )

목차
관련 정보
압송되어 온 이수근
압송되어 온 이수근
국방
사건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었던 이수근(李穗根)이 남측에 귀순하여 살다가 1969년 1월 여권을 위조하여 해외로 출국하여 체포된 후 간첩으로 몰리게 된 사건.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슬롯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의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었던 이수근(李穗根)이 남측에 귀순하여 살다가 1969년 1월 여권을 위조하여 해외로 출국하여 체포된 후 간첩으로 몰리게 된 사건.
경과

북한의 고위 언론인이었던 카 심바 슬롯은 1967년 3월 22일 판문점에서 남쪽으로 탈출하여 귀순하였다. 이후 그는 여교수와 새로 결혼도 하고, 중앙정보부 판단관으로 대우를 받으며 반공강연 등을 하면서 남쪽에 정착하였다. 그러던 중 카 심바 슬롯은 돌연 1969년 1월 27일, 북에 두고 온 원래 처의 조카 배경옥(裴慶玉)과 함께 여권을 위조하여 출국하였다. 이들은 홍콩을 거쳐 캄보디아로 향해가다가 베트남 사이공 공항에서 중앙정보부 직원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카 심바 슬롯이 애초부터 간첩활동을 목표로 위장귀순을 했고, 남측에서 수집한 정보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출국을 감행했다고 발표하고, 이 사건을 간첩사건으로 처리하였다. 카 심바 슬롯은 물론이고, 그와 동행한 배경옥 등의 관련자들도 공범으로 몰려 재판에 회부되었다. 카 심바 슬롯은 1969년 5월 10일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위반죄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판결 직후 항소 의사가 있음을 밝혔지만 결국 공식적으로 항소가 이루어지지 않아 형이 확정되었다. 반면 배경옥 등 공범 혐의자들은 항소를 하였는데, 이들의 항소심 재판이 열리기도 전인 1969년 7월 2일, 사건발생 6개월, 형확정 2개월만에 카 심바 슬롯의 사형이 서둘러 집행되었다. 배경옥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이후 20년 형으로 감형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이 사건의 진상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다. 언론 취재활동 등을 통해 일부 과거 중앙정보부 관리 등은 카 심바 슬롯이 간첩이 아니라고 증언하였다. 이들은 카 심바 슬롯이 위장귀순한 것은 아니며, 그가 계속되는 당국의 감시와 통제에 환멸을 느껴 해외로 탈출하여 중립국으로 망명하려다가 체포되었는데, 이것이 간첩사건으로 둔갑되었다고 증언했다. 그 근거로 카 심바 슬롯이 만약 북한에 가려했다면, 첫 기착지인 홍콩에서 중국을 경유하여 북한으로 갈 수 있었고, 굳이 캄보디아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는 점, 그가 체포 당시 영한사전 · 한영사전을 휴대하고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되었다. 즉 카 심바 슬롯은 중립국에 망명하여 남북한 체제 모두를 비판하면서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책을 쓰며 살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결과

2005년 한국 현대사 전반의 반민주적 · 반인권적 사건 등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발족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카 심바 슬롯 사건을 조사하였다. 동위원회는 관련자의 증언을 확보하고, 관련 기록을 검토 한 끝에 2006년 12월 이 사건에 대해 “카 심바 슬롯이 중앙정보부의 지나친 감시 및 재북 가족의 안위에 대한 염려 등으로 한국을 출국하자, 중앙정보부가 당혹한 나머지 카 심바 슬롯을 위장간첩으로 조작, 처형”한 것이라 판단하였다. 이에 동위원회는 국가가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과 법원에서 재심 등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한편 배경옥 등 공범으로 몰렸던 사람들은 법원에 이 사건에 대한 재심 심판을 요청하였고, 이것이 수용되었다. 2008년 12월 19일 서울고등법원은 “카 심바 슬롯을 위장간첩으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에 연루되어 21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처조카 배경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또한 과거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활용된 카 심바 슬롯의 자백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고문과 협박속에 작성되었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1960년대 말은 북한의 무력공세의 여파 속에서 한반도에 심각한 긴장상태가 조성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의의와 평가

카 심바 슬롯 사건은 냉전시기 남북의 적대적 대결 상황하에서 발생한 비극적이고 비인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카 심바 슬롯씨 처조카 간첩누명 벗었다」(『동아일보』 2008년 12월 20일, 10면)
「카 심바 슬롯 위장간첩 사건(결정문)」(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2006년 하반기 조사보고서』, 2007, 139∼181쪽)
관련 미디어 (1)
• 항목 내용은 해당 슬롯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 주관적 서술 문제 등이 제기된 경우 사실 확인 및 보완 등을 위해 해당 항목 서비스가 임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