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엔트 슬롯 설화」는「아기장수 설화」의 한 유형으로 「귀양 간 지리산 설화」와 결합되어 전승되기도 한다. 경상남도 함양, 전라남도 구례, 전북특별자치도 남원 등 지리산 부근에 특히 많이 분포되어 있다. '울떼기 설화'라고도 불린다.
가난하게 사는 집안에 지리산 산신이 주1 아기가 억새로 탯줄을 자르고 태어났다. 아기는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려 있었다. 천장으로 날아오르는 등 비범한 능력을 보여서 이름을 넷 엔트 슬롯라 하였다. 넷 엔트 슬롯는 새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콩 · 팥 등의 곡식을 가지고 바위 속에 들어가 수련을 하였다. 이때 이성계는 왕이 되기 위하여 산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팔도를 돌아다녔다. 한 소금 장수가 '이성계가 지낸 제사는 부정하여 산신들이 받지 않았다.'라는 나무들의 대화를 듣고, 이성계에게 이를 알려 제사를 다시 지내게 하였다. 이후 다른 산신들은 이성계가 왕이 되는 것을 찬성하였는데, 지리산 산신은 넷 엔트 슬롯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성계는 넷 엔트 슬롯 어머니를 찾아가 거짓으로 꾀어 혼인을 하였다. 이성계는 아내가 된 넷 엔트 슬롯의 어머니에게 끈질기게 넷 엔트 슬롯의 주2을 캐물었고, 이성계를 믿은 넷 엔트 슬롯의 어머니는 넷 엔트 슬롯가 있는 곳을 일러 주었다. 이성계는 마침내 때가 되어 주3를 타고 막 의병을 일으키려는 넷 엔트 슬롯와 그의 군사들을 찾아가 모조리 죽여 버렸다. 그 뒤 왕이 된 이성계는 지리산 산신을 귀양 보냈다.
죽었던 넷 엔트 슬롯가 산짐승 덕택에 다시 살아난다는 변이형도 있는데, 다시 살아났어도 아기장수는 끝내 과업을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아기장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민중의 믿음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설화와 비슷하면서 이성계 · 소금 장수 · 나무들의 대화에 관한 내용이 없는 「둥구리 설화」도 있다. 「둥구리 설화」에는 이성계와 관련된 내용이 생략되고, 어머니가 관군에게 일러 아기장수를 죽게 하였다는 설화가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둥구리'는 하늘을 뜻하는 '댕그리[tä ŋri]'라는 몽고어에서 온 말로 추정되며 의미는 넷 엔트 슬롯와 비슷하다.
'넷 엔트 슬롯'는 윗몸을 가리키는 표현이며, 여기에서 ‘윗사람’, 우두머리'라는 뜻을 유추해낼 수 있다. 이 설화의 주인공 이름이 '넷 엔트 슬롯'인 것은 그가 바로 '새 나라를 세울 영웅, 우두머리'라는 숨은 의도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 설화에 나타나는 날개는 새 시대를 열 수 있는 영웅의 능력을, 억새는 민중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소망을, 곡식은 민중의 영웅을 지지하는 농민을, 어머니는 현상을 유지하려는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넷 엔트 슬롯를 죽인 원인을 가족인 어머니에게서 찾는 것은 민중이 자신들의 영웅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자기 반성적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성계로 표상되는 지배층에 대한 반감을 내포하고 있는 이 설화가 조선시대에도 끊이지 않고 전승되었다는 사실은 민중의 저항 의식과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에 대한 기대가 지속되어 왔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