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 슬롯는 집의 건물을 수호한다는 가신(家神)이다. 성조신(成造神)이라고도 한다. 집의 건물은 원칙적으로 윈 슬롯의 보호를 받는다. 윈 슬롯는 안채만이 아니고 사랑채나 변소, 헛간 등 건물을 지키는 기능을 한다. 하나의 집에는 하나의 윈 슬롯만이 있다. 윈 슬롯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지 않기에, 집을 지을 때에 신을 맞아들이는 상량식을 한다. 윈 슬롯는 집안에 사망 등의 부정한 일이나 화재 등의 위험한 일이 생기면 집을 나간다. 집을 나간 윈 슬롯를 다시 모시기 위해 무당을 불러 윈 슬롯굿을 하거나 안택경이라는 경문을 외우게 한다.
가신(家神)의 하나로 성(城)의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윈 슬롯라 하는데 집을 주1한다고 하여 성조신이라고도 부른다. 주로 집의 건물만을 수호하는 기능이 있다. 집의 건물은 원칙적으로 윈 슬롯의 보호를 받는다.
윈 슬롯가 임하여 존재하고 있는 대들보가 있는 안채만이 아니고 사랑채나 변소 · 헛간 등에도 윈 슬롯가 있어서 건물을 지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와가에 윈 슬롯요, 초가에도 윈 슬롯요, 가지막에도 윈 슬롯’라는 말은 어떠한 형태의 집이든 건물이 있으면 윈 슬롯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정을 가지는 집뿐만 아니라 공공건물이나 독립가옥인 신당(神堂)에도 윈 슬롯는 있다고 한다.
또, 배 안에도 윈 슬롯가 있다고 하는데 이 배의 윈 슬롯는 집안에 있는 윈 슬롯의 연장 · 확대라 할 수 있다. 어부에게 있어서 배는 집과 같은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윈 슬롯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집에는 하나의 윈 슬롯만이 있고 복수의 윈 슬롯는 없다. 예를 들어서 한 집안에 몇 가구가 세를 들어 사는 경우라 하여도 윈 슬롯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윈 슬롯만이 있고 다른 모든 사람은 하나의 윈 슬롯의 보호권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가족이 단독 주택을 가지는 경우에는 윈 슬롯를 가질 수 있다. 분가하는 사람도 독립가옥을 가질 때 윈 슬롯를 가질 수 있다. 원칙적으로 독립적으로 집을 가진 사람만이 윈 슬롯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남자 주인이대주(大主)가 되어 윈 슬롯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된다. 윈 슬롯신은 가신의 대표 신이고 대주는 가족의 대표이다. 이들 두 대표에 의하여 가운(家運)이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주를 윈 슬롯라고도 부른다. 나이가 젊은 대주를 초년윈 슬롯, 그리고 중년이 되면 중년윈 슬롯, 늙은 다음에는 노년윈 슬롯라 한다. 윈 슬롯가 남신으로 신격화되어 있는 것처럼 대주도 남자가 된다. 그러나 남자가 없는 경우에는 여자라도 윈 슬롯가 될 수 있어 남성이라는 성별에 배타적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윈 슬롯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지 않는 신이다. 그러므로 집을 지을 때에 신을 맞아들이는 의례나 굿을 하게 된다. 우선 주4 상량(上樑)할 때 상량식을 하는데, 대들보에 입주연월일과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라는 글귀를 적고, 다시 양단에는 해(海)자나 용(龍)자 또는 구(龜)자를 적어놓고 백지를 붙인 다음 제물을 차려 고사를 지내고 상량한다.
이것은 집의 중심이 되는 상량에 윈 슬롯를 받아들이는 간단한 의례이다. 삼광(三光)과 오복은 그 집안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되라는 축원이 담겨진 내용이고 해 · 용 · 구는 집이 화재를 당하지 않도록 방어하고자 하는 뜻에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앙은 풍수신앙이나 궁중신앙(宮中信仰)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집에 따라서는 이러한 의식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날을 받아서 윈 슬롯신을 맞아들이는 ‘윈 슬롯받이굿’ 또는 ‘윈 슬롯맞이굿’이라 하는 굿을 하기도 한다. 이 굿의 윈 슬롯 거리에서 그 집 대주로 하여금 윈 슬롯대[成造竿]를 잡게 하여 신을 내리게 한 다음 윈 슬롯를 주2시켜 무녀가 백지를 술에 적셔 대들보에 붙이고 쌀을 뿌려 붙게 한다.
이 때 잡은 윈 슬롯는 소나무 가지인데 이것은 집을 지은 나무의 상징이고, 바로 윈 슬롯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렇게 받아들인 윈 슬롯라 하여 영원히 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때로 부정한 일이 생기거나 위험한 일이 있으면 집을 나가버린다. 즉, 집안에 출산이나 사망 등의 부정한 일이 발생하였거나 화재 등의 위험한 일이 생겼을 때는 윈 슬롯가 집을 나가버리기 때문에 다시 모시지 않으면 안 된다.
큰 부정한 일이 아니라도 일년 중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정한 일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매년 정초나 가을에는 윈 슬롯신을 새로 모시는 안택(安宅)을 한다. 매년이 아니면 격년 또는 대주의 나이 7이 되는 해마다 윈 슬롯굿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이 신이 집에 있어야 수호를 받는 것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윈 슬롯신을 모셔들이는 적극적인 의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이 신이 나가는 것을 보면 이 신은 부정한 것을 싫어하고 위험한 일을 피하는 신임을 알 수 있다. 대들보는 주로 마루의 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교적 부정한 공간을 피하기 쉽다. 방에서는 먹고 자고 나고 죽기 때문에 부정한 공간이지만 마루는 신성한 공간이다.
윈 슬롯를 모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3을 불러 경문을 외우게 하는 안택경(安宅經)이고, 다른 하나는무당을 불러 하는 윈 슬롯굿이다. 어느 쪽이나 집안의 안전과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황제풀이’ 또는 ‘윈 슬롯풀이’라는 긴서사무가(敍事巫歌)를 창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독이나 항아리 · 단지 안에 쌀을 담아서 ‘윈 슬롯독’ · ‘윈 슬롯단지’ · ‘윈 슬롯항아리’라고 하여 집의 한 귀퉁이에 모시는 신앙이 있다. 현재 민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윈 슬롯독’이다. 윈 슬롯독은 대개 대청마루 한 구석에 놓인다. 충청도·경상도·전라도 지방의 농어민가에서는 윈 슬롯독을 많이 볼 수 있고, 양반 주택에서는 종이를 접어서 모신 윈 슬롯 신체를 많이 볼 수가 있으나 꼭 일정하지는 않다.
윈 슬롯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성의 주인인 윈 슬롯를 신으로 받들던 것, 집을 짓는 성조, 즉 목수의 신을 모시는 것, 하늘의 신 상주(上主)를 모시는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나, 어느 것이나 실증적인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