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치 슬롯 어플는 무당굿의 한 절차를 세는 의례절차·제차이다. ‘석’ 또는 ‘석수’라고도 하고 ‘굿’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신화가 위주가 되면 ‘성주풀이’처럼 ‘풀이’, 놀이의 성격이 강하면 ‘대감놀이’처럼 ‘놀이’라고 한다. 파치 슬롯 어플는 굿의 한 절차이지만 독립성이 강하여 시작과 끝 파치 슬롯 어플를 제외하면 어떤 파치 슬롯 어플를 빼도 굿의 진행에는 큰 지장이 없다. 보통 무복을 보고 신의 성격과 파치 슬롯 어플를 짐작할 수 있으며 무복이 바뀌면 파치 슬롯 어플가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파치 슬롯 어플가 끝나면 쉬는 시간을 두거나 무악을 그쳐서 한 파치 슬롯 어플가 끝났음을 뚜렷하게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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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굿에는 보통 열두파치 슬롯 어플 또는 십이제차(十二祭次)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개념적인 것일 뿐 실제 순서의 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여러 가지의 제차가 있다는 뜻이다. 제차의 순서나 수효가 많은 경우에는 ‘안팎 겹굿’이라 하여 열두파치 슬롯 어플를 집 안에서 하는 것과, 집 바깥에서 하는 것으로 24파치 슬롯 어플가 있다고 한다.
파치 슬롯 어플가 굿의 한 절차이기는 하지만 연극에서처럼 굿의 전체내용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다소 독립성을 가지는 것만은 아니다. 파치 슬롯 어플는 비교적 독립성이 강하다. 따라서, 어떤 파치 슬롯 어플를 빼버려도 굿의 진행에 지장받는 일은 없다. 말하자면, 독립된 신을 모시는 형식을 한데 모은 것이 굿이 되는 것 같은 인상이 든다.
그러나 모든 파치 슬롯 어플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굿이 시작되는 ‘부정굿’과 굿이 끝나는 ‘뒷전’이나 ‘파치 슬롯 어플굿’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파치 슬롯 어플이다. 다소 간소화되기는 해도 그것이 생략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굿의 어떤 파치 슬롯 어플는 없어도 굿의 진행에 관계가 없는 반면, 그 굿파치 슬롯 어플가 없으면 굿이라는 구색이 없어지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성주파치 슬롯 어플 · 대감파치 슬롯 어플 · 제석파치 슬롯 어플 · 산신파치 슬롯 어플 등이 빠지면 굿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며, 굿을 하는 목적도 결여된 감이 든다. 이러한 경우에도 그것은 신을 모시는 절차가 빠졌을 뿐이지 그것이 다음 순서로 이어지는 계속성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서의 파치 슬롯 어플라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파치 슬롯 어플는 연극의 장과는 달리 연속성이 적고 독립성이 강한 점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파치 슬롯 어플는 하나의 신이나 같은 종류의 신을 모시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이러한 형식은 무복(巫服)의 종류로 표현된다. 따라서, 무복을 보아서 신의 성격과 파치 슬롯 어플를 짐작할 수 있으며, 무복이 바뀌면 파치 슬롯 어플가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파치 슬롯 어플는 신을 청배(請陪)하고 신이 신탁(神託)인 공수를 내리고 떠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하나의 신을 모시는 파치 슬롯 어플에서는 이것이 한번 정도이지만 많은 신을 한 파치 슬롯 어플에 모시는 경우에는 이러한 신을 모시고 공수를 내리고 보내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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