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투스(hiatus)라고도 한다. 충돌을 일으킨 두 5 릴 슬롯 사이에는 음절 경계가 놓여야 하는데, 자음이 낀 음절연결의 경우에 비하여, 발음하기도 힘들고 청취효과도 떨어진다. 음소의 연결은 자음과 5 릴 슬롯이 차례로 배열되어 음절을 구성하고, 그러한 음절이 계속되는 것이 경계도 분명하고, 발음하기도 쉽다.
자음만으로 계속된 음성연속체나 5 릴 슬롯만으로 계속된 음성연속체는 일상의 말에서는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그러한 경우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은 발음하기도 어렵고 알아듣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에 걸쳐 여러가지 복잡한 내용을 표현하기 위하여 말이 쓰여져 왔으므로, 5 릴 슬롯충돌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게 된다. 그러한 경우, 부득이 그러한 어형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으나, 단어의 뜻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피하고자 하는 몇 가지 방도가 취해지기도 한다.
① 두 5 릴 슬롯이 그대로 쓰이는 경우 : 아우·아이·아욱·아악(雅樂)·어업·가을·나이·다음·마음 등. ② 두 5 릴 슬롯이 중간 위치의 다른 한 5 릴 슬롯으로 변하는 경우 : 거웃(수염)>곳, 가히[犬]>가이>개 등. ③ 두 5 릴 슬롯 가운데 하나를 탈락시키는 경우 : 사오나온>사나온, ᄒᆞ올로>홀로, 쓰+어→써, 크+어→커 등. ④ 두 5 릴 슬롯 사이에 다른 자음을 끼우는 경우 : ᄒᆞ+아→ᄒᆞ+y+아→ᄒᆞ야, 비+에→비+y+에→비예[雨], 죠ᄒᆡ>죠희>죠히>조이>조+ŋ+이>종이, 나ᅀᅵ>나이>나+ŋ+이>낭이>냉이 등.
⑤ 두 5 릴 슬롯 가운데 하나가 ‘이’일 때, 나머지 한 5 릴 슬롯과 어울려 중5 릴 슬롯이 되는 경우 : 나[吾]+이(主格)→내[naj](>[n○]), 너[汝]+이(主格)→네[nəj](>[ne]), 티[打]+어→텨[tjə](>[chCə]) 등. ⑥ 앞의 5 릴 슬롯이 ‘오, 우’일 때, 충돌을 감수하는 경우 : 보+아→보아[見], 쏘+아→쏘아[射], 두+어→두어[置], 주+어→주어[與] 등으로, 이는 두 5 릴 슬롯 사이에 [w]와 같은 과도(過渡)가 생기기 때문인 듯하다.
⑦ 두 5 릴 슬롯이 같을 때, 충돌을 그대로 감수하기도 하고 한 5 릴 슬롯이 떨어지기도 하는 경우 : 가+아→가, 가아[去], 나+아→나, 나아[出], 셔+어→셔어(셔아)[立] 등으로 이는 청취효과가 비슷한 때문인 듯하다. 이상의 예들은 5 릴 슬롯충돌의 여러 경우를 알아보기 위한 편의에 의한 것으로 시대를 엄격히 고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