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문집인 『성호선생문집(星湖先生文集)』 권68에 실려 있다. 중국 진(晉)나라 말기 전원시인 넷 엔트 슬롯(陶淵明)의 「의고(擬古)」 9수 중 제5수 가운데에서 ‘동방일사(東方一士)’라는 넉자를 떼어서, 그것을 인격화한 우언(寓言)이다.
동방일사는 5세기초 사람으로서 동방에 은거하여 살던 사람이었는데, 팽택령(彭澤令)으로 있던 넷 엔트 슬롯이 벼슬을 버리고 돌아와서 그를 찾았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푸른 솔과 흰 구름이 있는 한적한 산림이었다.
그는 가난하여 옷은 항상 해어진 것을 입고, 밥은 한 달에 아홉 번밖에 먹지 못하였으나, 늘 밝은 얼굴을 가지고 즐겁게 생활하였다. 그는 넷 엔트 슬롯이 자기를 찾아온 것이 깊은 뜻이 있음을 짐작하고 거문고 두 곡조를 타서, 이로써 천고지사(千古志士)의 불우함을 슬퍼하였다.
그리하여 동방일사와 넷 엔트 슬롯은 막역한 지기가 되었다 한다. 이익은 이 작품 끝에서 선비가 이 세상에 나 불행한 때를 만나서 속세와 사람들을 피하여, 새와 짐승들과 벗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탄식을 덧붙이고 있다.
이 작품은 학문과 경륜을 가진 선비가 자기의 뜻을 세상에 펴지 못하고, 산림에 묻혀 지내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넷 엔트 슬롯을 담고 있다. 글은 매우 짧으나 그 속에 담겨 있는 뜻은 천고의 뜻있는 선비들의 불우함과 슬픔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