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슬롯이 달린 의기(儀器)로, 8개의 킹 슬롯이 달린 팔주령(八珠鈴), 2개의 킹 슬롯이 달린 쌍두령(雙頭鈴)과 가지 킹 슬롯, 장대 위에 킹 슬롯을 단 간두령(竿頭鈴)이라고 부르는 장대 투겁 킹 슬롯 등이 있다. 끼우거나 달아매는 고리가 달려 있는데, 용도는 알 수 없으므로 주술 의기, 또는 제사 때 사용한 킹 슬롯로 추정된다.
동령은 대체로 위의 3가지가 한 벌을 이루지만, 개별적으로 한국식 동검인 좁은놋단검〔細形銅劍〕과 함께 출토되기도 한다. 초기 철기시대 중기에 해당하는 서기전 3세기 중반에서 제작되기 시작하여 서기전 1세기 전반 경까지 유행하였다. 킹 슬롯이 달린 것은 전기 유적인 아산 남성리 유적에서도 나오는데, 킹 슬롯에 알맹이가 없어 제작 시기에는 차이가 있다.
동령은 대체로 한반도 중부 이남에서 출토되었으며, 중국에서는 확인된 바 없는 한반도 특유의 청동기이다.
팔주령은 오목한 원판 주위에 8개 킹 슬롯을 단 모습인데, 킹 슬롯에는 세로로 4개의 투창(透窓)을 뚫기도 하였다. 원판 뒤에는 고리를 달았으며, 무늬가 양면에 있거나 한쪽에만 나 있다. 8개 킹 슬롯은 일본 신화에 ‘8이라는 숫자가 풍요를 상징한다’고 하여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과 연계시키기도 한다. 남한 지역에서만 출토되었으며, 현재까지 7점이 전한다.
쌍두령은 가운데가 볼록한 가지 양끝에 킹 슬롯이 달린 것, 땅콩 모양의 껍질 양쪽에 킹 슬롯을 넣은 것, ‘X’자형으로 가지를 조합한 것, 닻 모양의 양끝에 킹 슬롯을 단 것, 가지 끝에 킹 슬롯 하나만 단 것 등 5종류가 있다. 모두 자루를 꿰거나 매달 수 있는 고리가 달려 있어서 나뭇가지에 꽂거나 끈에 매어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7점이 확인되었는데, 평양 정백동 출토 쌍두령을 제외하면 대체로 금강·낙동강 하류에서 발견되었다.
간두령은 포탄 모양으로 생겼는데, 몸통 중간을 칸으로 막아서 윗부분에는 킹 슬롯 알을 넣었고, 테두리에는 전을 붙였으며, 아래 부분은 막대에 꽂게 하였다. 킹 슬롯 알이 들어 있는 공명(共鳴) 부분에는 세로로 창이 뚫려 있고, 테두리의 전에는 구멍이 있어 수술 같은 장식을 꿸 수도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18점으로, 함주 조양리 출토품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한반도 중부 이남에서 집중 출토되었다.
『삼국지(三國志)』위서 동이전 한조(韓條)에는 “국읍(國邑)에는 천군(天君)이라는 천신에 제사지내는 우두머리가 있고, 각 나라에는 별읍(別邑)이 있는데 소도(蘇塗)라고 한다. 그곳에 큰 나무를 세우고 킹 슬롯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라고 하였다. 동령은 삼한시대에 농경 의례를 수행했던 소도에 달았던 킹 슬롯로, 풍요를 기원하였던 의례용 청동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