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슬롯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놀이를 위해 시설을 갖추어 별도로 마련한 고정적인 공간이다. 전통놀이에서는 고정된 킹 슬롯를 발견하기 어렵다. 마당에서 아이들의 놀이나 풍물놀이·지신밟기·윷놀이 등이 행해졌다. 마을의 당나무 밑에서 단오 때 그네, 씨름판, 지신밟기 등을 벌이기도 했다. 여름철에는 개울·강변·들판에서 놀고 겨울철에는 텃논이나 텃밭에서 동채싸움·줄다리기 등을 했다. 도시의 아이들은 주로 골목길, 빈터에서 놀았는데, 최근에는 아파트단지에 공공킹 슬롯가 생기고 있다. 요즘 전자오락실, 경기장과 같은 상업 킹 슬롯가 급증하고 놀이산업이 늘어나는 등 킹 슬롯가 상업화돼 가고 있다.
전통적인 놀이에서는 이러한 킹 슬롯를 발견하기 어렵다. 민속놀이는 특별한 킹 슬롯를 차리고 이루어지는 놀이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운 공간을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수한 놀이는 고정적인 킹 슬롯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상층민들이 하는 활쏘기와 격구(擊毬)놀이 등이다.
활쏘기는 과녁판이 설치되어 있는 사장(射場)이라고 하는 활터가 마련되어 있어야 안전하게 활쏘기를 할 수 있고, 말을 타고 달리며 막대기로 공을 쳐서 구문(毬門)에 날려 넣는 격구놀이에는 잘 다듬어진 넓은 구장(毬場)이 필요하다.
≪고려사≫ 권129에 의하면, “최이(崔怡)는 이웃집 100여 구(區)를 빼앗아 구장을 축조하였는데, 동서가 수백 보요, 땅바닥은 평평하여 바둑판과 같았고, 격구할 때마다 동네사람들을 시켜 물을 뿌리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사치스러운 귀족의 놀이임을 알 수 있다.
일반민중은 활터 없이 활쏘기를 즐긴 것처럼, 민중들이 하는 격구(장치기)는 말을 이용하지 않으므로 얼음판이나 마당·잔디밭, 단단한 모래사장에서도 가능하였다.
따라서 민속놀이의 경우는 특별한 킹 슬롯가 없다고 하여도 좋겠다.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킹 슬롯는 마당이다. 마당은 일터이며 각종 의식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킹 슬롯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놀이가 대부분 마당에서 이루어지고, 어른들의 풍물놀이·지신밟기·윷놀이 등이 마당에서 이루어진다. 회갑이나 혼례 때에도 마당에서 잔치판을 벌이고, 풍물에 맞추어 춤추고 노래부르며 잔치를 즐긴다. 마당이 집안의 킹 슬롯라면 당나무 밑은 집밖의 킹 슬롯이다.
마을 어귀에 자리잡고 있는 당나무는 동신목(洞神木)으로서 보름에는 동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마을의 킹 슬롯 구실을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넓은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이·어른 없이 여기서 놀이를 즐기는 킹 슬롯이다. 단오 때는 당나무에 그네를 매기도 하고, 남정네들은 그 밑에서 씨름판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지신밟기의 시작과 마무리도 거기서 이루어진다.
보다 활달한 놀이를 위해서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여름철에는 마을 앞의 개울·강변·들판이 모두 아이들의 킹 슬롯 구실을 한다. 어른들의 천렵과 화전놀이는 특별한 킹 슬롯가 필요하다.
남정네들의 천렵은 개울가에 솥을 걸어놓고, 물고기를 잡아 안주를 만들어 먹으면서 즐기는 놀이이다. 아낙네들의 화전놀이는 진달래가 많이 핀 산을 킹 슬롯로 삼는다.
겨울철에는 텃논이나 텃밭이 킹 슬롯로 변한다. 아이들은 여기서 수시로 놀이를 즐기지만 어른들은 대보름에 여기서 대규모 놀이판을 벌인다. 동채싸움·줄다리기·놋다리밟기 등이 주로 텃논에서 행하여진다. 텃논이 주된 킹 슬롯이기는 하지만 대보름 같은 명절에는 마을의 모든 공간이 킹 슬롯로 바뀐다. 도시의 킹 슬롯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시골과 달라서 당나무가 없거나 마당이 좁기 때문에 아이들의 킹 슬롯는 주로 골목길이나 빈터가 된다. 공사장과 같은 위험한 곳을 킹 슬롯로 삼거나,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언덕받이나 동산에까지 올라가 놀기도 한다. 학교나 공공기관 가까이 사는 아이들에게는 학교운동장과 공공시설물이 곧 킹 슬롯이다.
어른들의 경우는 킹 슬롯가 거의 없다. 집밖에 나서면 공원과 같은 특수공간이나 유흥장 같은 상업적인 장소를 킹 슬롯로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노인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여 도시의 노인들은 불결한 다리 밑에 모여 앉아서 무료를 달래는 새로운 풍속이 생겨났다.
킹 슬롯의 사정은 역사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근년에 와서 도시의 경우는 어린이들을 위한 공공킹 슬롯가 많이 조성되었다. 아파트단지에는 이러한 킹 슬롯가 빠짐없이 있다.
이러한 킹 슬롯에는 으레 그네·시소·미끄럼틀 등이 있으나, 적극적인 놀이를 벌이기에는 부적합하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들의 킹 슬롯로서는 이용가치가 거의 없다.
상업적인 킹 슬롯도 급증하였다. 전자오락실과 같은 소규모 실내 킹 슬롯 외에, 각종 놀이시설을 갖추어놓고 가족동반의 나들이를 유도하는 놀이산업이 늘어났다. 포장된 넓은 광장이 새로운 킹 슬롯 구실을 하는 것도 요즈음 변화된 킹 슬롯의 모습이다. 잦은 운동경기와 프로스포츠의 번창으로 경기장이 킹 슬롯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구경꾼의 처지에서 보면 경기장은 놀이구경의 터일 뿐이다. 킹 슬롯가 상업화되어 가는 한 경향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