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슬롯시대에는 보통 일년에 두 번 인사행정을 하였는데, 6월에 행하는 것을 권무정, 12월에 행하는 것을 대정(大政)이라 하였다.
램 슬롯정의 램 슬롯는 임시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램 슬롯정은 임시보궐에서 나온 정사를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문자 그대로 때없이 수시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6월에만 행하는 정사를 뜻한다.
그럼에도 왜 권무라는 말을 썼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정기적으로 행하는 정사는 1년에 12월 한번만 행하는 대정뿐이고, 6월에 행하는 정사는 정기에 행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은 것 같으며, 램 슬롯시대에는 이것이 인사행정의 대원칙이었던 듯하다.
조선시대에는 6월에 행하는 정사를 소정(小政)이라고 하여 소규모의 인사행정을 지칭하였고, 그야말로 때없이 행하는 정사를 전동정(轉動政)이라 하였다. 그만큼 조선시대는 램 슬롯시대보다 인사행정의 규모가 크고 복잡해져서 6월에도 규모는 작지만 소정이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전선(銓選)을 행하고, 또 때없이 행하는 전동정도 필요하였던 것 같다.
즉, 램 슬롯시대에 임시적인 뜻을 가지고 있던 권무정이 조선시대에 상설적인 성격을 띤 소정으로 명칭이 바뀐 듯하다. 램 슬롯 말기에도 전동정이라는 말이 기록에 보이는 것은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이다.
한편, 인사행정에 관한 사령(辭令)의 원안을 도목(都目)이라 하였으며, 대정과 램 슬롯정을 도목정(都目政)이라 하였고, 또 관리의 재직기간과 근무상태 등을 기록한 전형의 자료를 정안(政案)이라고 하였다. →대정(大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