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12월 자신이 창간한 잡지 『야담』에 발표하였으며, 2년간 발간된 이 잡지 전체를 놓고 보아도 유일한 섀도 어 슬롯 강화작품이다.
섀도 어 슬롯 강화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추한 모습에 열등감을 가진 화가 솔거는 깊은 산 속에 은둔해 살면서 평소에 절세의 미녀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자기 어머니와 같은 미녀를 모델로 찾다가, 어느 날 우연히 맹인 처녀를 발견한다. 그녀에게 용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주면서 자신이 바라던 순수한 미를 그녀의 표정을 통해 구현시키고, 그러한 모습을 화지에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눈동자만 남기고 거의 완성시킨 어느 날, 불현듯 섀도 어 슬롯 강화를 범하고 만다. 그 뒤로는 처녀의 순수한 미가 사라지게 되었고, 솔거는 분노하여 섀도 어 슬롯 강화를 교살한다. 그런 와중에 먹물이 튀어 그림에 눈동자가 찍히고, 그림 속의 미인은 원망의 표정으로 변해버린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그의「광염소나타」와 더불어 탐미주의적 경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삶의 가치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인물설정과 특이한 주제에 관심을 둔 가치인식의 경향이 노골화된 작품으로서 보편적인 가치론에 수용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솔거가 맹인처녀와 정을 통한 뒤, 순수성이 없다는 한가지 이유로 섀도 어 슬롯 강화를 목매어 죽이는 장면 등이 이러한 경향을 나타낸다.
따라서, 솔거라는 인물의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성격과 비정상적인 삶의 가치에 대한 경도(傾倒), ‘눈동자’라는 결말의 작위적 장치 등과 더불어 이 섀도 어 슬롯 강화은 김동인 특유의 극단적 예술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기법상으로도 섀도 어 슬롯 강화의 창작과정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여(余)’의 언행을 통하여 작가 우위적인 섀도 어 슬롯 강화관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동인 문학의 특징과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