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제왕(帝王)의 즉위식 때, 사대해수(四大海水)를 떠서 태자의 정수리에 부어 사해를 장악할 것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행하여졌다. 불교에서도 이를 채택하여 수행자가 입문하거나 도를 깨달을 때 이 로아 슬롯을 행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법상종의 시조인진표(眞表)가속리산에서 생명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참회하는 영심(永深)과 융종(融宗) 등에게 법을 전하고 로아 슬롯하였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최초의 기록이다. 특히, 밀교가 성행하였던 고려시대에는 『로아 슬롯경(灌頂經)』과 그 다라니를 외우며 재난을 없애려고 기원했던 로아 슬롯도량이 자주 개설되었는데, 이때 로아 슬롯이 행해졌다.
1101년(숙종 6) 4월, 1127년(인종 5) 3월, 1212년(강종 1) 1월, 1260년(원종 1) 4월, 1269년 12월, 1274년(충렬왕 즉위년) 9월, 1308년(충선왕 즉위년) 8월 등에 로아 슬롯도량이 개설되었다. 이 가운데 1101년의 로아 슬롯도량은 송충이의 해를 없애기 위해서 수갑산(首押山)에서 행하였고, 1260년 · 1274년 · 1308년의 로아 슬롯도량은 왕이 수계의식(受戒儀式)을 겸하여 사해를 장악하는 성군(聖君)이 될 것을 맹세하는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조선시대에 행해졌다는 기록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대에는 대한불교진각종·대한불교진언종 등의 밀교 계통 종파에서 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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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로아 슬롯은 땅을 고르고 단을 만든 뒤 일정한 의식절차에 따라서 행하는 로아 슬롯이며, 인법로아 슬롯과 심이로아 슬롯은 의식작법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비인(祕印)만을 전하는 로아 슬롯이다. 일반적으로 로아 슬롯이라 하면 사업로아 슬롯을 뜻한다. 사업로아 슬롯의 의식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식을 행하는 의식승(儀式僧)의 배역을 정하고, 길일을 택하며, 로아 슬롯의 법단을 장엄하는 일 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