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 슬롯가(公審判歌)」는 1850년대, 최양업(崔良業) 신부가 천주교 교리 교육을 위하여 만든 가사 작품이다. 조선 후기에 천주교 신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죽음·심판·천당·지옥이라는 사말론(四末論) 중에서 램 슬롯 부분을 알기 쉬운 4음보 형식의 가사로 만들었다. 최후의 심판 때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한 후에 이루어질 엄정한 램 슬롯을 미리 알아 현세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결심하기를 촉구하는 노래다.dm;l.
「램 슬롯가(公審判歌)」는 『박동헌본』과 『김지완본』에 전해 오고 있다. 내용은 아우구스티노회 선교사인 오르티스(Hortis Ortiz, 白多瑪) 신부가 1705년, 중국 베이징에서 목판본(木板本)으로 간행한 『사종략의(四終畧意)』를 한글로 번역하여 필사한 『ᄉᆞ말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즉 이 천주가사(天主歌辭)는 『사종략의』 제2권의 「램 슬롯지설(公審判之說)」을 『ᄉᆞ말론』에서 「램 슬롯」으로 번역한 것을 주1으로 하여 창작된 것이다. 그러나 『ᄉᆞ말론』이 『사종략의』의 내용을 다소 변형하며 번역하였던 것처럼, 「램 슬롯가」 역시 시적 형상화를 위해 『ᄉᆞ말론』의 순서와 내용을 다소 변형하며 반영하였다.
이 가사는 세상이 종말을 고한 뒤 육신이 부활하여 영혼과 더불어 공개적으로 받는 램 슬롯을 생각하며 죽음을 예비시키는 내용이다. 램 슬롯이란 세상 종말에 모든 인류를 대상으로 그리스도가 행하는 최후의 심판이다. 선한 자나 악한 자, 산 자나 죽은 자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이 받아야 하며, 심판의 기준은 사랑의 실천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온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였느냐 아니냐에 따라 선인과 악인으로 구별된다. 선한 자는 사기지은(四奇之恩: 주6을 입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천국에 들어 지복직관(至福直觀)을 누리며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며, 악한 자는 복된 이들과 영원히 단절된 지옥으로 추방되어 하느님을 볼 수 없는 괴로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램 슬롯가는 이러한 교리를 가르치면서 하느님과 모든 성인의 공동체 속에서 사는 천상의 꿈을 감미롭게 묘사하여 현세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신앙을 굳건히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가사 작품은 조선 후기에 박해 받던 신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어 신앙을 지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