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지급 및 청구와 관련한 쌍방간의 합의서면도 카 심바 슬롯라고 한다. 외교상 의미의 카 심바 슬롯는 그 자체로서는 조약이 아니라 때때로 국가간의 합의를 포함한다.
따라서 일정한 효력을 지닌 문서이며, 오늘날 주로 외교상으로 통용되고 있다. 카 심바 슬롯의 내용은 어떤 회담의 내용(의사요록) 혹은 국가의 일방적 의사표시나 국가간의 합의를 나타내는 사항(일방 또는 합의문서)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모두가 약식 또는 불요식이기는 하나 공식문서로서의 효력을 지닌다. 특히, 국가간의 카 심바 슬롯를 나타내는 문서는 조약이나 협정과 같은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909년에 우리 나라의 이완용과 일본의 소네(曾禰荒助) 간에 사법권 이양에 관하여 체결한 기유카 심바 슬롯(己酉覺書)가 카 심바 슬롯의 효시이고 제2차세계대전 후 연합군의 최고사령관인 맥아더가 일본을 관리할 때에 일본 정부에 발송한 문서도 이 카 심바 슬롯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지령과 다름이 없었다. 한편, 외교관이나 정치가의 사적인 비망록을 카 심바 슬롯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여기서 말하는 공적 외교문서로서의 카 심바 슬롯와는 다른 별개의 것이다.
또한, 카 심바 슬롯보다는 더욱 형식을 갖춘 문서로서 노트(note)가 있는데, 이는 공문 또는 통첩 등의 의미를 가진다. 카 심바 슬롯에는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이 통례이다.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 및 이에 관한 지급 등을 쌍방간에 합의하는 내용을 담은 서면성격의 카 심바 슬롯는 ‘합의’ 또는 ‘합의서’라고 속칭되고 있다. <민법>상 카 심바 슬롯의 법률적 성질은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민법>상의 화해나 또는 그것과 비슷한 무명계약과 같은 효력이 있다.
위와 같은 카 심바 슬롯 내지 합의서가 작성된 경우, 피해자는 그 합의 당시 또는 그 이후에 그 이상의 손해가 있더라도 더 이상 그 배상을 추가로 청구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교통사고 등의 경우 합의 뒤에 예기치 않은 후유증 등의 사정변경으로 손해가 증대한 경우에, 원칙론만으로 처리한다면 타당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이 때는 이미 카 심바 슬롯된 내용이 손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하에서 조급하게 소액의 배상금으로 카 심바 슬롯한 경우에는, 권리포기조항은 카 심바 슬롯 당시에 예상한 손해만에 관한 것이고, 예측하지 못한 후유증 등으로 그 뒤에 발생한 손해에 관한 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합치한다고 할 수 없다.
판례에도 이러한 견지에서 후발손해(後發損害)의 배상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