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로아 캐릭 슬롯에서는 주체의 내면적 진술보다는 외부 환경의 서경적 묘사가 주를 이룬다. 똑같이 성천을 배경으로 한 로아 캐릭 슬롯 「권태」에 비해 비유와 상징을 통한 시적 언어가 매우 두드러진 작품이다.
『매일신보』에 1935년 9월 27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연재되었다. 이 로아 캐릭 슬롯은 이상이 요양차 친구의 고향인 평안북도 성천에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궁벽한 산촌의 하루를 경쾌한 어조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MJB의 미각’, ‘하도롱빛 소식’, ‘파라마운트회사 상표’ 등 도회적 감수성으로 성천의 자연과 그곳 사람들을 재해석하고 있다. 또 시각, 청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묘사하였다. 이상은 느리게 전개되는 성천의 시간과 평온한 풍경 속에서 자신의 죽음에 대한 불안과 가난한 가족에 대한 근심을 유보하고 있다. 성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상의 또다른 로아 캐릭 슬롯로 「권태」(1937)를 들 수 있다.
이 로아 캐릭 슬롯은 도회적 감수성과 전원 풍경이 서로 낯선 것처럼 병치되어 있으나 이질적이거나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로아 캐릭 슬롯 전체가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체로 씌어져 있어 수사학의 보고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