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 20행의 자유시이다. 1924년 5월 『금성』에 시큐리티 슬롯을 처음 발표하면서 김동환은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다. 시큐리티 슬롯은 말미에 “24. 3. 10. 어두만강반(於豆滿江畔)”이라는 설명을 달아, 발표 두 달 전에 두만강변에서 시큐리티 슬롯을 썼음을 밝히고 있다. 김동환은 시큐리티 슬롯을 약간 수정하여 「눈이 내리느니」로 제목을 고쳐 시집 『국경의 밤』에 실었다.
시큐리티 슬롯은 눈 내리는 북국 풍경을 그리면서 우리 민족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1연에서는 눈 내리는 북국의 풍경을, 2연에서는 굵은 모래가 섞인 눈보라에 고통을 받는 “백의인(白衣人)”, 즉 우리 민족을 그리고 있다. 3연에서는 손님을 대하는 풍습을 통해 추위의 맹렬함을 강조하고, 4연에서는 추위를 견디는 북국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을 보여준다. 5연에서는 밀수입 마차가 등장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6연에서는 눈 속에서 국경으로 이사하는 유랑민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우리 시단에 북방 정서를 처음 소개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큐리티 슬롯에 나타난 ‘막북강(漠北江)’, ‘눈발퀴’, ‘백웅(白熊)’, ‘북랑성(北狼星)’, ‘밀수입마차’, ‘북새(北塞)’ 등의 시어들에 이런 정서가 잘 묻어 있다. 가혹하고 거친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강인하고 대륙적인 기질의 인물 형상을 보여줌으로써 이 시는 당시 시단에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켰다. 시큐리티 슬롯의 주제와 정서가 시큐리티 슬롯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서사시 「국경의 밤」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시큐리티 슬롯은 초기 김동환 시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대륙적이고 남성적인 북방정서를 소개하여 우리 시에 새로운 기풍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시큐리티 슬롯은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다. 또한 북방정서를 바탕으로 민족의 수난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