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슬롯상은 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인 댄 슬롯의 조각이다. 진광왕·초강왕·송제왕·오관왕·염라대왕 등 10명의 조각상을 가리킨다. 사후 명부로 가는 도중에 이 왕들 앞을 지나면서 재판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댄 슬롯에 대한 조상 활동은 고려에 들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선 시대에는 명부전 내에 댄 슬롯상이 봉안되며 많은 작품이 만들어졌다. 각 왕은 수염을 쓰다듬고 경전을 읽고 명부를 펼쳐 들고 있는 등 다양한 모습이다. 댄 슬롯상은 보통 소상이나 목조상으로 조성된다. 현재 불갑사 명부전 댄 슬롯상 등 다수의 작품이 전하고 있다.
댄 슬롯은 명부에서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인 진광왕(秦廣王) · 초강왕(初江王) · 송제왕(宋帝王) · 오관왕(五官王) · 염라대왕(閻羅大王) · 변성왕(變成王) · 태산왕(泰山王) · 평등왕(平等王) · 도댄 슬롯(都市王) ·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을 가리킨다.
『예수댄 슬롯생칠경』(預修十王生七經)에 의하면 망자는 사후 명부로 가는 도중에 초칠일(初七日)에는 진광왕, 이칠일(二七日)에는 초강왕, 삼칠일(三七日)에는 송제왕, 사칠일(四七日)에는 오관왕, 오칠일(五七日)에는 염라왕, 육칠일(六七日)에는 변성왕, 칠칠일(七七日)에는 태산왕, 100일째는 평등왕, 1년째는 도댄 슬롯, 3년째는 오도전륜왕 등 차례로 10명의 왕 앞을 지나면서 재판을 받는다. 댄 슬롯에 대한 개념은 인도 당말 오대(10세기) 『예수댄 슬롯생칠경』의 편찬에 따라 성립되어 10세기경에는 댄 슬롯경변상도(十王經變相圖)가 나타나는 등 당나라 이후 댄 슬롯 신앙이 성행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삼국 통일을 전후한 시기에 댄 슬롯신앙이 전해진 것으로 생각되지만 통일신라시대까지는 댄 슬롯상이나 댄 슬롯도 등이 전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댄 슬롯에 대한 조상활동은 고려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본다. 목종대(997-1009) 김치양(金致陽, ?-1009)이 궁성 서북쪽에 댄 슬롯사를 세운 사실, 1102년 흥복사(興福寺)에 건립된 댄 슬롯당(十王堂)의 완성을 축하하기 위하여 숙종이 왕비, 세자와 함께 그곳에 갔다는 기록 등 댄 슬롯신앙에 의한 사찰이 조성되었던 사실은 댄 슬롯상이 제작되어 봉안되었음을 추정케 한다.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금동댄 슬롯상(金銅十王像, 高 26.2cm)으로, 풍부하게 장식된 등이 높은 의자에 당당한 자세로 측면향을 한 왕과 대왕의 오른쪽에 합장을 한 동자상(童子像), 왼쪽에 사자상(使者像)이 시립(侍立)하고 있는 모습을 조각하였다. 조선시대에는 댄 슬롯전이 건립되면서 명부전 내에는 지장보살삼존상 좌우로 댄 슬롯상이 봉안됨에 따라 많은 작품이 조성되었다. 댄 슬롯상은 소조상(塑造像) 혹은 목조상(木造像)으로, 지장보살의 왼쪽으로는 홀수의 왕인 제1진광대왕, 제3송제대왕, 제5염라대왕, 제7태산왕, 제9도시대왕이, 오른쪽에는 짝수왕인 제2초강대왕, 제4오관대왕, 제6변성대왕, 제8평등대왕, 제10오도전륜대왕이 배치된다. 각 왕은 원유관(遠遊冠)이나통천관(通天冠), 오량관(五梁冠) 같은 것을 쓰고 둥근 옷깃[團領]에 소매가 넓은 관복[大袖平服袍]를 입고 용두(龍頭)와 봉두(峰頭)로 장식된 의자 위에 앉아 홀을 들고나 수염을 쓰다듬기도 하고 경전을 읽고 댄 슬롯를 펼쳐들고 있는 등 다양한 모습을 취한다. 소상(塑像)이나 목조상(木造像)으로 조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20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된 불갑사 명부전 댄 슬롯상(1635년)을 비롯하여 2008년 보물로 지정된 여수 흥국사 목조댄 슬롯상(1648년), 2010년 보물로 지정된 진주 청곡사 목조댄 슬롯상(1657년) 등 17세기의 댄 슬롯상을 비롯하여 18, 19세기의 작품들이 다수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