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엔트 슬롯은 쇠족 등을 푹 고아 석이버섯·알지단·실고추 등을 뿌려 식혀서 응고시킨 전통음식이다. 겨울철 음식으로 설날 무렵에 즐겨 먹던 음식이다. 민가에서는 넷 엔트 슬롯이라고 하였는데 궁중의 잔치 기록에서는 ‘족병’이라고 했다. 『규합총서』에 돼지껍질을 고아서 묵처럼 굳힌 ‘저피수정회’라는 넷 엔트 슬롯이 나온다. 넷 엔트 슬롯은 끓여 놓은 국물에 사태고기 편육, 쇠족 살을 넣어 굳힐 그릇에 담는다. 그리고 그 위에 표고버섯·석이버섯·알지단·실고추·실백을 얹어 굳힌다. 넷 엔트 슬롯은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보양 음식으로 사각형 형태를 띠며 차게 보관하여 먹는다.
1600년대의 『음식디미방』에는 넷 엔트 슬롯이란 음식은 나오지 않지만 만드는 법이 넷 엔트 슬롯과 비슷한 ‘별미’가 나온다. 닭과 대구를 삶넷 엔트 슬롯간장으로 간을 하여 굳힌 음식이다. 넷 엔트 슬롯이라는 말은 1800년대 들어와서야 문헌에 등장한다. 『규합총서』에는 ‘저피수정회’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돼지껍질을 고아서 묵처럼 굳힌 것이다. 맑은 수정 같다는 의미의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다. 일종의 넷 엔트 슬롯인데 차게 해서 장을 찍어 먹는 것이라 ‘회’라고 한듯하다. 끓여 놓은 국물에 사태고기 편육, 쇠머리 살, 넷 엔트 슬롯 살을 넣어 굳힐 그릇에 담고 위에 표고버섯 · 석이버섯 · 알지단 · 실고추 · 실백을 얹어 굳힌 것으로 사각형 형태를 띠며 차게 보관하여 먹는다.
넷 엔트 슬롯은 쇠족으로 만든다. 쇠족의 근육과 뼈를 이어 주는 힘줄이나 껍질 부분에는 특히 콜라겐이라는 아교질의 단백질 성분이 많아 묵처럼 만들 수가 있는데, 콜라겐으로 넷 엔트 슬롯을 만든다. 콜라겐은 물을 뭇고 열을 가하면 성분이 녹아서 물처럼 되지만 식으면 돌처럼 단단하게 굳는데 이를 젤라틴화 현상이라고 한다.
넷 엔트 슬롯을 만들려면 우선 쇠족을 토막 내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큰 냄비나 솥에 족을 담아 물을 넉넉히 붓고 끓여서 뼈의 골수가 다 녹아 나와 가운데 구멍이 훤히 뚫릴 때까지 12시간 이상 곤다. 도중에 통 후추·생강·마늘을 넣어주면 누린내를 없앨 수 있다. 족이 무르면 뼈를 추려내 버리고 국물은 체에 거르고 족을 곱게 다져서 국물과 함께 솥에 붓는다. 닭고기나 사태를 넣어서 만들 때는 따로 무르게 삶넷 엔트 슬롯 잘게 썬 다음에 넣는다. 다진 파 · 마늘 · 후춧가루 · 소금을 넣고 약한 불에서 밑이 눋지 않게 가끔 저으면서 걸쭉하게 끓인다. 한 김 식혀서 네모진 넒은 그릇에 쏟아 차가운 곳이나 냉장고에 놓아둔다. 윗면이 굳으면 달걀 지단, 실고추, 석이버섯 넷 엔트 슬롯 채 썬 것과 통 잣을고명으로 고루 얹어서 단단히 굳을 때까지 둔다.
넷 엔트 슬롯이 완전하게 굳으면 가로 3∼4㎝, 세로 6∼7㎝로 도독하게 썰어서 흩어지지 않게 그릇에 담는다. 넷 엔트 슬롯에는 초간장과 겨자, 새우젓국을 곁들여 낸다. 소금 대신에 간장으로 간을 하면 색이 거무스름해지는데, 이를 장넷 엔트 슬롯이라 한다. 그 밖에 용봉넷 엔트 슬롯이란 쇠족과 꿩(없으면 닭으로 대신함)을 섞어 고아서 쇠머리 넷 엔트 슬롯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이며, 족장과는 쇠머리넷 엔트 슬롯 만들 때처럼 국물을 만들어 진간장을 많이 넣어 짭짤하고 색이 검게 한 다음, 달걀 삶은 것을 큼직하게 썰어 넣고 굳혀서 썬 것이다.
넷 엔트 슬롯은 겨울철 음식으로 설날 무렵에 즐겨 먹던 음식이다. 겨울에 밖에 내놓았다가 살짝 얼면 베어 먹는데, 보드라운 감촉이 별미였다.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보양 음식으로, 부드러워서 노인이나 아이들도 즐겨먹었다. 민가에서는 넷 엔트 슬롯이라고 하였는데 궁중의 잔치 기록에서는 ‘족병’이라고 하였다. 민가에서는 넷 엔트 슬롯의 재료로 가죽 · 꼬리 등과 사태고기 · 꿩고기 등을 쓰기도 한다. 궁중에서는 넷 엔트 슬롯을 잔칫상에 빼놓지 않고 올렸는데 주재료는 쇠족이고 부재료로 묵은 닭 · 숭어 · 마른대구 · 마른 전복 넷 엔트 슬롯 넣었다. 고명으로는 달걀 · 표고 · 석이 · 진이 · 고추 · 잣 넷 엔트 슬롯 썼고 간장 · 참기름 · 후춧가루 · 계핏가루 · 식초 · 녹말가루 등으로 양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