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엔트 슬롯자는 임진왜란 이후인 17세기 초에 전라도 넷 엔트 슬롯목(羅州牧)에서 서적의 인출에 사용된 나무활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넷 엔트 슬롯목활자(羅州木活字)라고도 한다. 1626년 음력 8월에 인출된『설문청공독서록(薛文淸公讀書錄)』의 권말에 기록된 “황명천계육년중추넷 엔트 슬롯목활자간(皇明天啓六年中秋羅州牧活字刊)”이라는 인출기(印出記)가 있어 당시 넷 엔트 슬롯목에서 만든 나무활자를 사용하여 서적을 인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넷 엔트 슬롯자를 사용하여 찍은 서적은 현재『설문청공독서록』1종만 알려져 있고, 여기에는 간기 이외에 활자 관련 기록이 없기 때문에 활자의 제작 시기나 경위, 활자의 보관, 인출된 서적 등은 알 수 없다. 활자 가운데 조정이나 감영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관련 기록을 다수 확인할 수 있으나 넷 엔트 슬롯자는 지방에서 만든 활자라는 점에서 활자와 관련된 기록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설문청공독서록』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글자인 “之, 而, 以, 於, 爲, 下” 등의 글자를 조사하여 보면, 갑인자 계열의 넷 엔트 슬롯이며, 특히 “下”자의 모양으로 볼 때 초주갑인자를 자본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넷 엔트 슬롯 인면(印面)의 묵흔(墨痕)으로 보아『설문청공독서록』은 넷 엔트 슬롯 제작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되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1626년 이전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서적은 화산(華山) 이성의(李聖儀) 선생의 구장본(舊藏本)이었던 것으로 현재 고려대학교 화산문고(華山文庫)에 소장되어 있다.
이 활자는 현재 인출한 서적이『설문청공독서록』1종만이 알려져 있으나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지방, 특히 넷 엔트 슬롯에서 조선시대 가장 선호되었던 활자인 갑인자를 바탕으로 목활자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따라서 한국 고인쇄사(古印刷史), 특히 17세기 지방의 목활자 인쇄술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를 가지며, 앞으로 이 활자의 인본은 자료 발굴을 통하여 차츰 발견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