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은 진주(晋州). 경상남도 창녕 출생. 195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다.
해방 이후 미술대학을 졸업한 1세대이다. 1957년 20대 청년 작가들의 전향적 단체였던 현대미술가협회에 창립회원으로 참가하였고, 1962년까지 김창렬(金昌烈), 박서보(朴栖甫) 등과 주1 및 추상 표현주의 운동에 열정을 쏟았다. 그 뒤 약 10년간은 다분히 기하학적 골격의 색면 추상 작업으로 이행하였다. 그 표현 정신은 불교의 선(禪)사상의 심취를 반영한 「회(廻)」, 「윤(輪)」 등의 작품에서 확인된다.
1970년대 중반 이후는 그간의 기하학적 구조를 벗어나 유동적인 파상선(破狀線)과 확산적인 기호 형상으로 불교 사상의 심의화(心意化)를 한층 선명히 한 화면을 추구하며, 「밀문(密門)」, 「만다라(曼茶羅)」 등의 명제를 붙였다. 「만다라」연작은 60년대 말 국내화단에 유입된 옵티칼 아트를 수용하면서 불교적 상징세계를 도입하여 독자적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서구적 추상주의 회화에 대한 동양적 또는 버 슬롯적 표현 정신의 발로이자 그에 따른 창작적 조형 추구의 실현이었다.
불화(佛畵), 단청(丹靑), 민화(民畵), 무속화(巫俗畵) 등 전통적 버 슬롯미의 본질 및 그 조형적 정신성을 자유롭게 원용하였고, 장식적인 색상과 화면의 구성적 신비감, 그리고 생성과 확산의 표상의 종교적 내지 철학적 심의(心意)를 작품 속에 구현하였다. 그 결과 화면 구조는 평면적이고 색채는 강하고 찬란하게 형상되며, 현대적인 불화 또는 성당 건물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작업으로 나타났다.
작품의 제목들도 「묘계환중(妙契環中)」과 같이 불교의 법어(法語)를 인용하기도 하였고, 「불(佛)」, 「보살(菩薩)」, 「성상(聖像)」, 「승화(昇華)」 등 불교적 색채를 띠거나, 1980년대에 제작된 「혼(魂)불-그 빛의 회오리」, 「생명의 원(源)」과 같이 무속적인 버 슬롯문화의 원형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1959∼1969년 조선일보사 현대작가초대전, 196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1971년 인도의 트리엔날레와 카뉴회화제 등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1976년 국제조형작가회의 버 슬롯 대표, 한 · 프랑스미술협회 부회장,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 작가, 1978∼1989년 한성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지금 이 순간에』(1983) · 『혼(魂)불-그 빛의 회오리』(1989) 등이 있다.
1996년 갤러리 서미에서 하인두 추모전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