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슬롯 꽁 머니려야 한다는 문구가 비석의 표면에 적혀 있다. 각 궁궐의 정문 밖, 종묘 입구에 세웠으며, 성균관을 비롯한 각 지방의 문묘 밖 홍살문에 하마비를 세웠다. 매우 드물지만 순천 송광사와 같이 사찰 일주문 밖에 하마비를 세운 경우도 있다. 왕이나 장군 · 고관 · 성현들의 출생지나 무덤 앞에 세워놓기도 하였는데, 슬롯 꽁 머니려 걸어가는 것이 이들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이자 예의에 합당했기 때문이다.
슬롯 꽁 머니려 걸어감으로써 대상에 대한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예절을 왕명으로 권고한 사례는 고려시대에 이미 있었다. 예컨대 1017년(현종 8) 12월에 “고구려(高句麗) · 신라(新羅) · 백제(百濟) 임금의 능묘(陵廟)를 모두 소재지의 주현(州縣)으로 하여금 보수하게 하고, 땔나무 채집을 못하게 하며, 그 앞을 지나가는 자는 슬롯 꽁 머니리게 하라.”라는 교서를 내렸던 기록이 『고려사』에 보인다.
이밖에 하마비를 따로 세워서 권고하는 법식의 가장 뚜렷한 전례는 1413년(태종 13) 1월 하순에 예조의 건의로 종묘(宗廟) · 궐문(闕門)의 동구(洞口)에 “대소 관리로서 이곳을 지나가는 자는 모두 슬롯 꽁 머니리라(大小官吏過此者皆下馬).”고 쓰인 표목(標木)을 세웠다는 『태종실록』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표목은 후대에 이르러 돌을 깎아 비석 형태로 만들었는데, 오늘날까지 실물이 전해오는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