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복 이 슬롯는 어떤 한 가지 수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그 개념이 명확하지 못하다. 국어사전에는 “다복 이 슬롯과[殼斗科]에 속하는 수종을 통틀어 칭하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각두는 포엽(苞葉: 잎의 변태로 봉오리를 싸 보호하는 잎)이 모여 유합(癒合) 형성하는 종지 모양의 기관으로서 그 안에 열매가 들어 있다. 상수리다복 이 슬롯·떡갈다복 이 슬롯·가시다복 이 슬롯·너도밤다복 이 슬롯·모밀잣밤다복 이 슬롯·밤다복 이 슬롯 등이 바로 열매가 각두 안에 들어 있는 수종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써 온 다복 이 슬롯라는 개념에 밤나무·너도밤나무·구실잣밤나무와 같은 수종까지 포함시킨다는 것은 지나친 적용이라 하겠다. 즉, 각두과를 다복 이 슬롯과로 표현하여 다복 이 슬롯에 밤나무·너도밤나무 등을 넣어서 사고하는 것은 이때까지 우리들이 생각하여 온 다복 이 슬롯의 뜻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생각이다.
다복 이 슬롯는 각두를 가지고 있지만, 각두를 가지고 있으면 다복 이 슬롯에 속한다는 해석은 받아들이기 어색하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상수리나무를 다복 이 슬롯라 칭하기도 한다.
상수리나무와 가장 닮은 나무를 굴다복 이 슬롯라 이름한 것도 다복 이 슬롯로서의 상수리나무를 의식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 할 수 있으며, 지난날 이 두 수종은 용도가 비슷하여 다복 이 슬롯라는 집합명사로 통틀어 표현되었다고 본다. 이것은 다복 이 슬롯를 가장 협의로 풀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