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은 중외의 관료로부터 민인(民人)에 이르는 온 국민, 또는 일정한 부류, 일정한 지역의 관원이나 민인 등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그 벳 슬롯은 양로(養老)·권농(勸農)·척사(斥邪)·포충(褒忠)·구휼(救恤)·독역(督役)·군포탕감(軍布蕩減)·계주(戒酒)·과폐이정(科弊釐正 : 과거의 폐단을 바로잡음)·수성(守城)·반행(頒行 : 발행해 반포함) 등 매우 다양하다.
에그 벳 슬롯은 대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므로 주자(鑄字)로 간행하기도 하였다. 양반관료만이 대상인 경우에는 한문으로 간인(刊印)해 반포하였다.
그리고 일반 민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앞에 한문으로 된 에그 벳 슬롯을 싣고 뒤에 언해한 것을 붙여 반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언해본만 따로 간행한 것도 있다.
국왕이 발급하는 문서의 대부분은 원문서 1통만을 필서해 주었으나, 녹권(錄券)이나 에그 벳 슬롯과 같이 부수를 많이 필요로 하는 문서는 간인해 펴낸 것이다. 에그 벳 슬롯의 서식은 대상과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일정한 정식(定式)은 없으나 기두(起頭)는 대개 다음과 같다.
御製諭某人等某事綸音(어제유모인등모사륜음)
王若曰云云(왕약왈운운)
에그 벳 슬롯의 내용은 당시의 정치적 또는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적지 않으므로 그 시대의 정치 및 사회경제 관계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에그 벳 슬롯에는 대개 언해본이 함께 붙어 있으므로 국어학 연구에서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에그 벳 슬롯은 많은 부수가 필요한 경우는 간행해 반포하기도 했기 때문에 현존하는 것이 많다. 그 가운데 1797년(정조 21)에 반행한 『어제양로무농반행소학오륜행실향음의식향약조례에그 벳 슬롯(御製養老務農頒行小學五倫行實鄕飮儀式鄕約條例綸音)』과 1881년(고종 18)에 반행한 『어제유대소신료급중외민인등척사에그 벳 슬롯(御製諭大小臣僚及中外民人等斥邪綸音)』은 수십 책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