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의 힘으로 굴리거나, 마소를 몰며 연자매를 찧을 때 각기 다른 가락으로 불린다. 연자매는 전국에 흩어져 있었지만, 특히 제주도에 밀집되어 있다. 드물지만 이 피망 슬롯 역시 제주도에서만 확인된다.
‘?방에’(?방애·?방이), 또는 ‘??레’라고 하는 피망 슬롯가 특히 제주도에 흔하였던 까닭은 제주도의 주곡이 조·보리 등 잡곡이기 때문이다. 이를 장만하기 위하여 피망 슬롯의 이용도가 높았다.
사설에서는 작업하는 모습을 주로 피망 슬롯하는데, 마소를 몰며 찧을 때에는 「마소모는 피망 슬롯」를, 사람들의 힘으로 밀며 찧을 때에는 「해녀피망 슬롯」의 가락과 비슷하게 피망 슬롯한다. 이 민요는 남녀공동요이며 그 운율은 산만한 편이지만,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는 유달리 4·4조의 정형률을 유지하는 사설이 전승된다.
「연자매피망 슬롯」와 관련되는 민요로서 「방앗돌 굴리는 피망 슬롯」가 있다. 연자매의 윗돌·앞돌을 큰 바위가 있는 들판에 만들고 난 다음, 여럿이 마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피망 슬롯이다. 「방앗돌 굴리는 피망 슬롯」는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에서 집중적으로 전승된다.
마소를 몰면서 부르는 「연자매피망 슬롯」의 일부를 보면, “어러어어어 이러어어어/이쉐[牛]야 저쉐야 ?저(어서) 뱅뱅뱅뱅 잘이나 돌라/이놈의 아덜(아들) 생긴쉐 ?저 걸으라/?저재게 지영(찧어서) 설러나불게(그만둬 버리자).”와 같이 일하는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